朝日 국보순례

[68] 쌍봉사 철감선사탑

yellowday 2011. 4. 4. 16:02

쌍봉사 철감선사탑.

우리나라 석조문화재 중 조각이 가장 화려하고 정교한 것을 꼽자면 화순 쌍봉사(雙峰寺)의 철감(澈鑒)선사탑(국보 57호)과 탑비(보물170호)를 먼저 떠올리게 된다. 철감선사 도윤(道允·798∼868)은 당나라에 유학하고 돌아와 쌍봉사에서 선종을 크게 전파하여 제자인 징효(澄曉)가 영월에 법흥사 사자산문을 열어 구산선문의 하나로 되었으니 하대(下代) 신라에서 그의 위상을 능히 알 만하다.

철감선사탑은 우리나라 승탑의 백미로 기단에서 지붕돌까지 그 단단한 화강석을 마치 밀가루 반죽을 다룬 듯한 뛰어난 조각 솜씨를 보여 준다. 아래 기단엔 뭉게구름 위에 올라앉은 여덟 마리 사자가 웅크리고 앉아 이 탑을 수호하고, 겹꽃 연꽃받침에 상다리 모양의 손잡이가 돌려진 윗기단에는 춤을 추고, 악기를 연주하며 이 탑을 찬양하는 극락조들이 새겨졌다.

몸돌 앞뒤로는 자물쇠가 잠긴 문짝이 있어 여기에 사리가 모셔졌음을 암시하고 네 분의 사천왕과 한 쌍의 비천이 이를 지키고 있다. 모든 조각이 아주 높은 돋을새김이어서 돌 밖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다. 거기에 암수 골기와 지붕의 겹처마 서까래와 연꽃무늬 수막새를 진짜 기와지붕처럼 조각해 올려놓았다. 그 엄청난 세공이 놀랍기만 하여 우리나라에도 이런 정교한 작품이 있었던가 감탄이 절로 일어난다.

곁에 있는 탑비의 돌거북 또한 당대의 명작으로 여의주를 입에 물고 있는 거북의 네 발 중 한 발은 발바닥을 살짝 들어올려 마치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조각적 센스까지 나타나 있다.

이런 훌륭한 조각은 석공 한 사람의 솜씨가 뛰어나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9세기 후반 50년간, 팔각당 승탑의 명작들이 쌍봉사 이외에도 보림사·연곡사·태안사·실상사·고달사·선림원·봉암사 등에서 누가 누가 잘하나 경쟁하듯 세웠다. 이 아름다운 승탑들은 곧 하대 신라 선종의 활기와 이를 지원한 지방 호족의 문화능력을 웅변으로 말해주는 것이다. yellowday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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