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랑의 정원'.
루벤스는 첫 부인 이사벨라가 죽은 후, 53세가 되던 1630년에 16세의 어린 엘렌과 재혼했다. 그 후에 그린 '사랑의 정원'(1632~34)은 당시 그가 지닌 낙천적인 인생관과 즐거움을 표현한 자전적인 그림으로 보인다. 이 장면은 루벤스의 저택에 모인 그의 친구들의 사교적인 모임이지만 공중에는 사랑의 신 큐피드들이 떼 지어 날아다니고, 비너스 여신 조각의 분수에서는 물이 뿜어져 나온다. 가장 왼쪽의 남자는 수줍어하는 여성을 설득하고, 중앙에 모여 있는 여성들은 즐거운 행복감에 빠져 있으며, 가장 오른쪽에는 이런 과정과 경험을 통해 인생의 지혜를 얻은 남녀가 층계를 내려오고 있다.
여러번 관능적이고 풍만한 모습으로 루벤스의 그림에 등장했던 엘렌은 이 그림에서도 어느 한 여인의 모델로 나타난 것은 틀림없다. 아마도 이 그림은 루벤스가 어린 부인을 맞이하여 사랑의 여러 단계로 인도하는 과정을 나타낸 내용으로 해석된다. 풍요로운 자연 속에서 남녀의 사랑과 인생의 즐거움 또는 쾌락의 표현은 서양미술에서 언제나 주요 주제의 하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