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日報 萬物相

눌변과 리더십

yellowday 2012. 12. 12. 07:19

 

입력 : 2012.12.11 23:10

처칠이 사교 클럽에 처음 갔다. 클럽 회장이 모자 속에 카드 여러 장을 섞어두고 한 장을 뽑게 했다. 신입 회원은 거기 쓰인 주제어로 연설을 해야 했다.

처칠의 카드에는 '섹스'라고 쓰여 있었다. 그가 한참 더듬다 입을 열었다. "섹스는… (잠시 쉬더니) 제게 크나큰 기쁨이 아닐 수 없습니다.

" 처칠은 평생 's'자를 정확하게 발음하지 못했다. 가벼운 말더듬과 혀 짧은 소리로 고생도 심했다. "술 먹고 왔느냐" 같은 야유까지 묵묵히 받아들였다.

'20세기의 웅변가'로 남은 처칠도 어려운 시절이 있었다.

미국 33대 대통령 트루먼은 정치인의 말에서 '유창함'보다 '간결성'을 으뜸으로 쳤다. 그는 11대 대통령 제임스 포크의 취임사를 첫손에 꼽았다.

포크는 딱 3분 말했다. '텍사스 병합, 세금 감면' 같은 공약에 군더더기가 없었다. 눌변으로 고심했던 링컨도 게티스버그에 섰을 때 2분만 말했다.

그에 앞서 웅변가 에버렛이 두 시간이나 떠들었지만 역사에는 링컨의 말만 남았다. 노르망디 상륙 회의 때 아이젠하워는 정말 한마디만 했다. "승리합시다."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도 눌변에 가깝다. 박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은 그녀가 중요한 대목에서 말을 더듬으면 자기 가슴을 친다.

그제 밤 TV 토론을 본 커뮤니케이션 학자들도 "말투가 답답했다"고 했다. 문 후보도 품격과 안정감은 있었지만 "ㅅ 발음이 샜다,

전달력이 떨어졌다"는 촌평이 나왔다. 두 후보는 발음과 말 빠르기에서 이정희 후보를 쫓아가지 못했다.

독일 통일을 일궈낸 콜은 190㎝, 130㎏의 우람한 체구였지만 말을 더듬고 목소리도 작았다. 그러나 사람들은 분데스리가 축구 중계가 있는 밤에도

콜의 TV 토크쇼는 지켜봤다. 60~70년대 한·일, 중·일 관계 정상화의 주역을 맡은 일본 총리 오히라도 이름난 눌변이었다.

달변은 자신의 장점뿐 아니라 약점도 함께 드러낸다. 반대로 눌변은 자신을 숨긴다. 눌변에도 유리한 면이 있다.

▶모세는 눌변이고 그의 형 아론은 달변이었으나 이스라엘 백성을 구한 지도자는 모세였다. 남녀 모두 약간 더듬거리는 상대에게 호감을 갖는다는 통계도 있다.

TV 토론도 유권자를 향한 구애(求愛)다. 천천히 더듬듯 말할 때 듣는 사람의 가슴을 스치며 여운을 남긴다. 1분에 원고지 서너 장을 읽어내는 말 속도에

독설까지 뿜는 후보는 유권자 마음 얻기를 포기한 거나 한가지다. 소통의 힘은 말의 속도가 아니라 때로 '멈춤의 지혜'로부터 우러나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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