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麗的 詩 ·人

나의 노래는 - 한용운

yellowday 2012. 12. 5. 23:31


나의 노랫가락의 고저 장단은 대중이 없습니다.
그래서 세속의 노래 곡조와는 조금도 맞지 않습니다
.
그러나 나는 나의 노래가 세속 곡조에 맞지 않는 것을 조금도 애달파 하지 않습니다
.
나의 노래는 세속의 노래와 다르지 아니하면 아니 되는 까닭입니다
.
곡조는 노래의 결함을 억지로 조절하려는 것입니다
.
곡조는 부자연한 노래를 사람의 망상으로 도막 쳐놓는 것입니다
.
참된 노래에 곡조를 붙이는 것은 노래의 자연에 치욕입니다
.
남의 얼굴에 단장을 하는 것이 도리어 험이 되는 것과 같이
,
나의 노래에 곡조를 붙이면 도리어 결점이 됩니다
.

나의 노래는 사랑의 신()을 울립니다
.
나의 노래는 처녀의 청춘을 쥐어짜서, 보기도 어려운 맑은 물을 만듭니다
.
나의 노래는 님의 귀에 들어가서는 천국의 음악이 되고
,
님의 꿈에 들어가서는 눈물이 됩니다
.

나의 노래가 산과 들을 지나서, 멀리 계신 님에게 들리는 줄을 나는 압니다
.
나의 노랫가락이 바르르 떨다가 소리를 이루지 못할 때에 나의 노래가
님의 눈물겨운 고요한 환상으로 들어가서 사라지는 것을 나는 분명히 압니다
.
나의 노래가 님에게 들리는 것을 생각할 때에
,
광영(光榮)에 넘치는 나의 적은 가슴은 발발발 떨면서 침묵의 음보(音譜)를 그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