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日報 萬物相

스토킹 범칙금 8만원

yellowday 2012. 12. 4. 15:33

 

입력 : 2012.12.03 22:30

일본계 전위예술가 오노 요코는 1966년 런던에서 존 레넌을 마주친 뒤 2년을 쫓아다녔다. 전화 걸고 편지 보내고 레넌 집 문을 두드렸다.

비틀스 공연 뒤풀이에 끼어들기도 했다. 67년엔 레넌 부부가 탄 롤스로이스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레넌은 아내에게 요코가 스토커라고 했다. 69년 그는 이혼하고

일곱 살 많은 요코와 결합했다. 그리고 80년 그를 숭배했던 스토커 마크 채프먼에게 살해된다. 레넌은 스토킹 덕에 새 삶을 시작했고 스토킹 탓에 삶을 마감했다.

 

▶소설가 김유정은 연희전문에 갓 들어간 1929년 민얼굴로 동네 목욕탕을 나서는 판소리 명창 박녹주에게 반했다. 김유정은 들창을 가려 어두운 방에 틀어박혀

날마다 편지를 썼다. 두 살 위 박녹주는 편지를 읽지도 않고 찢어버렸다. 김유정을 불러 애송이 다루듯 타일렀다. 김유정의 편지는 혈서로 바뀌었다.

'당신이 이 사랑을 버린다면 내 손에 죽을 줄 아시오….' 애원도 협박도 소용없었고 김유정의 속병은 깊어 갔다.

▶전후(戰後) 문단의 기인(奇人) 김관식이 시 추천을 받으려고 서정주 집에 갔다가 미당 처제 방옥례에게 마음을 빼앗겼다.

방옥례는 잘생겼다고 할 수 없는 그에게 기겁했다. 김관식은 갖은 방법으로 청혼하다 음독 소동까지 벌였다. 병원에 실려 가서도 "결혼 못하면 죽어버리겠다"고 했다.

처자의 여린 마음도 꺾였다. 그 시절엔 짝사랑이나 구애(求愛)라는 이름으로 너그럽게 봐주던 일들이다.

 

▶이제 스토킹은 범죄다. 98년 가수 김창완은 11년 동안 자기를 쫓아다닌 사내를 고소했다. 사내는 팬이라며 접근해 "작곡법을 알려달라"

"아프니까 돌봐달라"고 괴롭혔다. 스토커에 대한 사회 개념과 법 규정이 흐릿하던 때여서 검찰은 폭력 혐의를 적용했다. 사내는 1년형을 살고 나와

다시 스토킹을 하며 김창완의 코뼈를 부러뜨렸다. 스토킹은 유명인만 겪는 게 아니다. 수도권 성인 조사에서 8%가 스토킹당한 적이 있다고 했다.

 

▶학자들은 스토킹이 망상·편집증 같은 정신이상과 인격 장애에서 비롯한다고 본다. 당하는 사람은 긴장·불안·우울·자살 충동에 시달린다. 그런데도 폭행·협박·주거침입

같은 범죄가 따르지 않으면 처벌할 법 근거가 없었다. 경찰청이 단순 스토킹도 경범죄로 다스리는 시행령 개정안을 냈다. 그런데 범칙금이 8만원이다. 그 돈 물고

또 따라다니면 된다고 여길 액수다. 미국·일본은 진작에 스토킹 규제법을 만들어 징역형을 살린다. 우리는 아직도 스토킹을 가볍게 보는 것 같다.

'朝日報 萬物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진핑의 격식 파괴  (0) 2012.12.07
유머 사이트와 대선  (0) 2012.12.05
자전거 도둑  (0) 2012.12.03
'정치인' 안도현  (0) 2012.12.03
발레 '코레아 신부'  (0) 2012.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