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송詩 사랑詩

31. 누군가가 그리워질 때-원성스님, 32. 다시 첫사랑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장석주

yellowday 2012. 11. 23. 17:02

누군가가 그리워질 때 - 원성스님 31.


보고 싶은 만큼 나도 그러하다네.
하지만 두 눈으로 보는 것만이 다는 아니라네.
마음으로 보고
영혼으로 감응하는 것으로도
우리는 함께일 수 있다네.

곁에 있다는 것은...
현실의 내 곁에 존재하지는 않지만
우리는 이미 한 그늘아래, 저 달빛을 마주 보며
함께 한 호흡을 하며 살고 있다네.

그리하여 이 밤에도 나는 한 사람에게 글을 띄우네.
그리움을 마주 보며 함께 꿈꾸고 있기 때문이라네.
두 눈으로 보고 싶다고 욕심을 가지지 마세.
내 작은 소유욕으로 상대방이 힘들지 않게
그의 마음을 보살펴주세.
한 사람이 아닌 이 세상을 이 우주를 끌어안을 수 있는
넉넉함과 큰 믿음을 가지세.


다시 첫사랑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 장석주 32.


어떤 일이 있어도 첫사랑을 잃지 않으리라
지금보다 더 많은 별자리의 이름을 외우리라
성경책을 끝까지 읽어보리라
가보지 않은 길을 골라 그 길의 끝까지 가보리라
시골의 작은 성당으로 이어지는 길과
폐가와 잡초가 한데 엉겨 있는 아무도 가지 않은 길로 걸어가리라
깨끗한 여름 아침 햇빛 속에 벌거벗고 서 있어 보리라
지금보다 더 자주 미소짓고
사랑하는 이에겐 더 자주 <정말 행복해>라고 말하리라
사랑하는 이의 머리를 감겨주고
두 팔을 벌려 그녀를 더 자주 안으리라
사랑하는 이를 위해 더 자주 부엌에서 음식을 만들어보리라
다시 첫사랑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상처받는 일과 나쁜 소문,
꿈이 깨어지는 것 따위는 두려워하지 않으리라
다시 첫사랑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벼랑 끝에 서서 파도가 가장 높이 솟아오를 때
바다에 온몸을 던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