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日報 萬物相

731부대 '세계유산' 신청

yellowday 2012. 11. 21. 23:12

 

입력 : 2012.11.20 23:30 | 수정 : 2012.11.21 00:03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독일 바이마르는 ‘독일 정신의 고향’으로 불리는 곳이다. 괴테, 실러, 바흐, 니체의 숨결 스민 건물들이 2차대전 폭격에도 살아남았다. 자부심 많은 바이마르 시민들에게도 한구석 켕기는 역사의 어두운 기억이 있다. 바이마르 교외에 있던 나치의 부헨발트 강제수용소에 관한 것이다.

▶1937~45년 나치는 유대인·정치범 25만명을 부헨발트에 강제로 가뒀다. 이 중 5만6000명이 고문과 강제 노동으로 죽었다. 초창기에 갇힌 사람들은 고압 전선을 뚫고 목숨 건 탈출을 시도했지만 곧 포기했다. 탈출해봤자 번번이 바이마르 시민들이 신고해 붙잡혀 되돌아오는 것을 봤기 때문이다. 지난 9월 바이마르가 속한 독일 튀링겐주(州)는 수용소 건물과 고문실, 소각로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신청하기로 했다. 튀링겐주는 “독일 역사의 가장 어두운 부분에 대한 책임을 아프게 깨달으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동북부 하얼빈시 교외에 2차대전 때의 일본군 731부대 유적이 있다. 일본이 세균전에 필요한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살아 있는 사람 3000여명을 실험 대상으로 삼은 곳이다. 영하 몇 도에 동상에 걸리는가 보려고 멀쩡한 사람을 발가벗겨 한겨울 바깥에 내놓았다. 몸 안을 들여다보려고 마취도 하지 않고 산 사람 몸에 칼을 대기도 했다.

▶전쟁에 지게 되자 일본은 부대 주요 시설을 파괴해 만행의 증거를 없앴다. 병사들에겐 ‘731부대원이었음을 숨길 것’ ‘대원 상호 간 연락을 엄금한다’ 같은 명령이 떨어졌다. 그러나 그 터에 일부 건물이 남아 중국 정부가 이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록 추진 후보로 확정했다고 한다. 만에 하나 일본 스스로 반성의 표시로 먼저 731부대 터나 일본군 성노예 위안소 현장 같은 곳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신청하자는 의견을 냈으면 어떻게 됐을까.

▶그랬다면 일본을 보는 세계의 눈이 달라졌을 것이고, 일부 내부에서 일본의 과거사를 외면하고 당치 않은 망언(妄言)으로 이웃 나라 국민을 분노하게 만들어온 역사 치매(痴?f) 환자들에게 각성의 계기를 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걸 못하는 게 일본이다. 최근엔 비위 좋게도 2차대전 전범 기업이었던 나가사키조선소를 “일본이 비(非)서구 국가로선 처음 산업 근대화에 성공한 과정을 보여주는 세계사적 가치가 있다”며 세계유산으로 신청하려 하고 있다. 일본의 국력과 저력(底力)을 아끼는 이웃 나라 국민으로서 일본의 한계가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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