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11.19 23:30 | 수정 : 2012.11.20 01:59
귀청을 때리는 공습 사이렌이 지난 토요일 오후 텔아비브 도심 공기를 찢었다. 인구 350만 이스라엘 수도는 순식간에 패닉 상태에 빠졌다.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가 가자지구에서 쏜 이란제 파즈르-5 로켓이 날아오고 있었다. 도로를 달리던 차들이 급정거 자국을 찍으며 멈췄고,
차에서 내린 사람들은 방공호를 찾아 뛰었다. 방공호를 못 찾은 시민들은 근처 빌딩 뒤로 달려가 몸을 숨겼다.
▶사이렌이 울리고 1분 남짓 지났을까. 상공 100m쯤에서 섬광이 번쩍하면서 굉음이 들리고 까만 연기가 피어올랐다.
이스라엘 단거리 방공체제 '아이언 돔'에서 발사된 요격 미사일 두 발 중 하나가 파즈르-5를 공중에서 맞혔다. 이스라엘 TV 채널10이 이 장면을 생중계했다.
시민들은 환호했다. 잠시 뒤 총리실 대변인이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아이언 돔 제5포대가 방금 파즈르-5 로켓을 막아냈습니다.'

▶2006년 레바논전쟁 때 무장 단체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북부에 로켓탄 4000발을 퍼부었다. 주민 44명이 죽었고 25만명이 피란 갔다.
그러고도 100만명쯤이 로켓탄 위험을 머리에 이고 살았다. 이스라엘 남부에는 2000~2008년 하마스가 로켓탄과 박격포탄을 4000발씩 쏴댔다.
거기서도 100만 주민이 불안에 떨었다. 이스라엘은 2007년 미국이 지원해준 2억달러를 들여 단거리 요격 시스템 개발에 들어갔다.
지난해 '쇠로 만든 돔'처럼 상공을 방어한다는 아이언 돔이 실전 배치됐다.
▶아이언 돔을 운영해보고 이스라엘군이 먼저 놀랐다. 명중률 70%만 돼도 성공일 텐데 실전에서 적(敵) 미사일을 90% 넘게 떨어뜨렸다.
하마스가 사흘 동안 쏜 로켓·포탄 737발 중 492발은 이스라엘 땅에 떨어졌고 245발은 공중에서 아이언 돔이 잡아냈다.
사람 없는 곳으로 날아가는 건 그냥 놔뒀기 때문에 실제 명중률은 열에 아홉쯤 됐다. 아이언 돔은 기동력도 좋고 눈비에도 끄떡없었다.
▶'오렌지와 올리브를 키우던 농업국가' 이스라엘은 네 차례 중동전을 치르면서 방위산업에 눈을 떴다. 1973년 유대 축일 '속죄의 날'에 기습을 당한 뒤로는
적 공격을 미리 알아채고 대비하는 쪽으로 날을 세웠다. 레이더, 항공 정찰 같은 첨단 탐지 능력과 요격무기 체계가 세계 으뜸이다. 우리 패트리엇 미사일은
요격률이 40%쯤이다. 아이언 돔을 사 온다는 얘기도 나오지만 방위사업청은 부인한다. '공중을 나는 바늘 귀에 실을 꿰는' 솜씨만 배워 올 수는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