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日報 萬物相

줄기세포 오보(誤報)의 법칙

yellowday 2012. 10. 15. 08:55

입력 : 2012.10.14 22:28

워싱턴포스트 과학 기자였던 빅터 콘의 이름을 따 '콘의 제1 법칙'이라고 부르는 것이 있다. 의학 기사엔 오직 '희망과 절망(New Hope and No Hope)'의 두 종류 기사만 있다는 것이다. 줄기세포 논문 조작 논란을 빚은 황우석 박사 관련 보도가 그런 것들이다. 국내 척수 마비 환자가 10만명 된다. 그들에겐 황 박사의 사이언스지(誌) 논문이 찬란한 희망이었고, 논문 조작 스캔들은 암흑 같은 절망이었을 것이다.

▶과학 보도엔 '엔터테인먼트 법칙'이라고 부를 만한 경향도 있다. 과학은 난해하고 딱딱하다. 그래서 과학 기사엔 독자들 흥미를 돋울 수 있는 요소들을 가미해야 한다. 이런 경향이 심해지면 기자는 사실(fact)보다 이야깃거리(story)를 찾게 된다. 과학자들을 역경을 극복한 영웅으로 묘사하는 수도 있다. 의학 분야라면 곧 만병통치약이라도 나올 것처럼 보도하게 된다.

▶'우체통의 법칙'이라는 것도 있다. 미국의 한 언론학자(David Sachsman)는 1976년 환경 관련 과학 기사를 분석하면서 "과학 뉴스를 쓴다는 것은 단순히 우체통을 여는 것과 비슷하다"고 했다. 과학 기자들한테는 엄청난 양의 홍보 자료가 쇄도한다. 상당수는 홍보 회사들이 마사지한 것이다. 기자들 사회에선 'PR 점심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는데 홍보 회사에서 배포한 뉴스의 질(質)은 그들이 제공하는 점심의 질과 역(逆)상관 관계에 있다는 뜻이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13일 하버드대 연구팀이 유도만능줄기세포(iPS)로 심장근육 세포를 만들어 심근경색증 환자에게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는 보도를 오보(誤報)로 인정하고 사죄 기사를 썼다. 자기가 하버드대 연구팀에 속해 있다고 주장한 모리구치 히사시 도쿄대 연구원을 인용해 보도했던 내용이다. 요미우리가 모리구치의 연구 실적, 하버드대 재직 여부 등 기본적인 사실도 확인하지 않고 보도했다가 망신당했다. 일본의 다른 언론은 모리구치의 주장을 신빙성이 없다고 보고 무시했다.

 

▶'황우석의 법칙'도 한때 화제였다. 황 박사는 "과학에는 국경이 있을 수 없지만 과학자에겐 조국이 필요하다" "대문을 4개 열었다. 사립문 몇 개 남았다"는 식의 현란한 수사(修辭)를 쓸 줄 아는 과학자였다. 화려한 언변을 구사하는 과학자일수록 그의 말을 경계해야 한다. 줄기세포 보도는 기업의 주가(株價)·판매 실적 등에 즉각즉각 영향을 미친다. 기업의 이해관계가 끼어들 소지가 큰 분야의 과학기사일수록 여러 전문가를 통해 교차 확인하지 않으면 오보(誤報)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줄기세포 오보의 법칙'도 나올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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