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9.15 03:22
'언타이틀' 유건형, 싸이와 공동작곡
"강남스타일, 하던 대로 했는데 반응 예전과 달라 당황스러워"
연예인·터치미 등 히트곡 제조기 "아이돌 출신 부각되는 거 싫어"
대중 앞에 안 나서는 은둔형 천재
싸이가 14일(현지시각) 뉴욕 맨해튼 록펠러플라자에서 열린 공연에서‘강남스타일’을 부르고 있다. 이 공연은 NBC‘ 투데이쇼’에서 방송됐다. /로이터 뉴시스
![](http://image.chosun.com/sitedata/image/201209/14/2012091402284_0.jpg)
유튜브 뮤직 비디오 조회 건수가 1억6000만건을 돌파한 데 이어 미국 빌보드 메인 차트 '핫 100'에서 한국 가수로는 가장 높은 64위까지 오른 싸이의 '강남스타일'. 코믹한 말춤과 뮤직 비디오 못지않게 성공 요인으로 꼽히는 게 감각적 리듬과 경쾌한 사운드가 돋보이는 작·편곡이다. 이 노래를 싸이와 공동 작곡한 사람은 작곡가 겸 프로듀서 유건형(33)이다.
그는 두 가지 측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1990년대 인기 아이돌 '언타이틀' 출신이라는 경력에다, 대중에게 큰 주목을 받고 있는데도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은둔형 작곡가'라는 점이다. 13일 새벽 본지와 전화로 만난 유건형의 첫 마디는 다소 피곤하게 들렸지만 밝고 힘찼다. "무대 앞에서 직접 펼쳐 보이는 게 아니라 뒤에서 보이지 않게 도와주는 것, 그게 제 스타일인걸요."
2006년 싸이의 4집 앨범부터 작곡가와 프로듀서로 싸이의 음악 동반자가 돼온 유건형. 그는 싸이의 '연예인', god의 '애수', 아이비의 '터치 미', DJ DOC의 '나 이런 사람이야' 등 인기가수들의 타이틀곡을 작·편곡해 히트시켰고, 음악계에서는 '90년대 아이돌 그룹들의 부침(浮沈) 속에 보기 드물게 음악으로 성공한 케이스'라는 찬사도 나왔다.
그는 "박수갈채 받아야 할 사람은 따로 있는데, 스포트라이트가 비치는 게 너무 부담스럽다"며 거듭 공을 싸이에게 돌렸다.
"싸이 형이랑은 말없이 마음으로 통할 만큼 편한 사이예요. 작업 방향을 놓고 진지하게 얘기를 나눈다기보다 함께 밥 먹다가 '이런 것 한번 해보면 어떨까'라고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식이죠. 둘이 머리를 맞대고 만든 멜로디에 노랫말을 붙이고, 이어 춤이 만들어졌죠. 지금껏 해온 대로 작업했을 뿐인데, 예전과 전혀 다른 반응에 오히려 당황스러울 정도예요."
작·편곡자가 생각하는 '강남스타일' 성공 비결을 묻자 유건형은 "당연히 말춤과 뮤직 비디오가 일등공신이고, 거기에 음악 트렌드를 따라가려는 노력이 곁들여진 것 같다"고 했다. "'젊은 음악을 해야 한다. 트렌드를 놓치면 절대로 안 된다'는 게 제 신조예요. '전 세계에 내놔도 뒤처지지 않을 만한 사운드를 만들어 내자. 그게 할 일'이라는 생각을 늘 마음속에 품어왔죠. 그런 초심 덕에 지금까지 꾸준히 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싸이의‘강남스타일’을 공동 작곡한 유건형은 대중에 모습을 거의 드러내지 않아‘은둔형 천재 작곡가’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한국음악저작권대상 시상식에서 힙합부문 작곡상을 받고 소감을 말하는 모습. /한국음악저작권협회 제공
![](http://image.chosun.com/sitedata/image/201209/14/2012091402284_1.jpg)
90년대 대표 아이돌 그룹 H.O.T, 젝스키스보다 앞선 1996년 8월 데뷔한 고교생 듀오 '언타이틀'(유건형·서정환)은 선명한 멜로디와 쉽고 간결한 랩이 돋보이는 '책임져'(1집) '날개'(2집)를 잇달아 히트시키며 스타덤에 올랐다. 거의 모든 노래의 작사·작곡을 맡았던 유건형은 '듀스'의 이현도와 비견되며 '실력파 고교생 싱어송라이터'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3집 이후 내리막길을 걸은 '언타이틀'은 1999년 해체됐다. 이후 본격적으로 작·편곡가의 길을 걷게 된 유건형은 당시 최고 인기가수 god와 비 등의 앨범 작업에 참여하면서 실력을 인정받았고, 2006년부터 싸이의 전담 작곡가·프로듀서가 됐다.
음악 전문가들은 유건형에 대해 '힙합을 한국 대중이 쉽게 받아들이도록 요리하는 데 탁월한 재능을 가졌다'고 평가하고 있다. 대중음악 평론가 강일권씨는 "강렬한 힙합과 R&B 리듬에 멜로디와 경쾌한 댄스 요소를 가미한 뉴잭스윙은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사랑을 받은 장르인데, 유건형은 '언타이틀' 시절부터 뉴잭스윙 분야에서 독보적 창작 능력을 보여주었다"고 했다.
그러나 유건형은 "아직도 '언타이틀'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듣지만, 아이돌 출신으로 부각되는 게 싫고 불편하다. 작곡가·프로듀서로만 알려지고 싶다"고 했다. 그는 2000년 이후 공식 무대나 언론에 거의 등장하지 않고 은둔 생활을 하고 있다. 지난해 말 한국음악저작권대상 시상식 힙합 작곡부문 수상자로 선정돼 상 받으러 나온 게 가장 최근의 '외출'이었다. "작곡가·프로듀서는 음악으로 평가받는 것이지, 사람으로 평가받는 것이 아닌데 굳이 얼굴을 보일 필요가 있겠느냐"고 되묻는 유건형. "지금이 너무 좋아요. 무대 위가 아닌 무대 뒤에서 훨씬 다양한 음악적 도전을 할 수 있고, 성취를 이룰 수 있다는 사실을 즐기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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