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탄잘리 : 신께 바치는 송가
01. 님은 나를 영원으로 만드시니
님은 나를 영원으로 만드시니
이는 님의 기쁨이십니다.
님은 이 여린 그릇을 거듭 비우시고
언제나 맑은 생명으로 가득 채워 주십니다.
이 작은 한 잎 갈대피리를
산으로 계곡으로 님은 지니시고
영원히 새로운 가락을 불었습니다.
불사이신 님의 손길에
나의 작은 가슴은 기쁨에 넘쳐
헤아릴 수 없는 소리로 외치옵니다.
님의 무한한 선물은 내게로 오나
다만 아주 작은 내 두손으로 받으올 뿐
많은 세월 흘러도
님은 끊임없이 나려 주시나
아직 채우실 자리가 남아 있습니다
02. 님께서 내게 노래하라 하시면
님께서 내게 노래하라 하시면 자랑스러움에 내 가슴은 터질 듯 님의 혜안을 우러러 뵐 때 내두눈엔 눈물이 고입니다.
내 생명에 깃든 거칠고 올바르지 않은 것 모두 녹아내려 단 하나 감미로운 가락 이루고 마치 기쁨으로 바다 건너는 새처럼 나의 경배는 큰 나래를 폅니다.
내 노래 마음에 드시리라 믿사옵니다. 다만 노래하는 자만이 님 곁에 가까이 갈 수 있음을 믿사옵니다.
내 노래의 날개를 크게 펼치면 그 끝이 님의 발에 닿습니다. 거기 닿으리라곤 꿈에도 생각지 못했건만
노래의 기쁨에 취하여 나는 나를 잃고 내 주인이신 님을 감히 벗이라 부르옵니다.
03. 어찌 노래 부르시오는지
어찌 노래 부르시오는지 님이여 저는 진정 모르옵니다 조용한 놀라움 속 귀 기울일 뿐입니다 님의 노래의 빛은 세상을 비추고 님의 노래의 생명의 입김은 하늘에서 하늘로 여울집니다 님의 노래의 성스러운 강물은 돌바위의 장벽도 부숴버립니다.
내 마음은 님과 더불어 노래하려하나 끝내 소리되어 나오지 않고 말하려 해도 말은 노래되어 나오지 않아 기어이 당호아(당황)하여 울어버립니다. 아아, 님의 노래 끝없는 망으로 내 마음 온통 앗아갔습니다. 나의 주인이시여.
04. 내 목숨의 목숨이여
내 목숨의 목숨이여, 내 몸 언제나 청정케 하겠습니다 님의 숨결 내 온 몸에 여울져 옴을 알고자
언제나 모든 거짓으로 부터 내 생각 지키겠습니다. 내 심중에 이성의 등불 밝힌 진리가 바로 님이심을 알고자
언제나 나는 모든 악을 추방하여 내사랑의 꽃 피어 있게 하겠습니다. 내 마음 깊은 곳에 님 계심을 알고자
또 내 몸가짐 가운데 님의 모습 엿보이게 하겠습니다 내 행동에 힘 더해주실분 바로 님이심을 알고자
05. 하던일 뒤로 미루고
하던일 뒤로 미루고 잠시 님 곁에 앉아 있게 하소서 님 뵈옵지 않고는 내 마음 편히 쉴 길 없으며 나의 길은 기댈 곳 없는 고뇌의 밭 끝없는 괴로움이 되어질 뿐
오늘은 여름이 한숨과 속삭임을 동반하여 내 창가로 슬몃다가오고 꽃이 피어 가득한 앞마당에는 꿀벌들 싱그러이 노래하고 있습니다.
아 이젠 다만 님과 조용히 마주앉아 이 충만한 침묵의 한거 가운데 내 생명의 헌납을 노래하겠습니다.
06. 지금 바로
지금 바로 아주 작은 이 꽃을 꺽어 주소서 시들어 땅에 떨어질까 걱정되옵니다.
이 꽃 비록 님의 꽃줄에 엮어질 수 없다 해도 님의 손길에 꺽인다면 영광이오며 나 모르는 사이 날 저물어 공양의 때 놓치면 안 되옵니다.
그 빛은 엷고 향기는 짙지 못하나 이 꽃 공양에 쓰이도록 늦기전에 꺽어 주시옵소서
07. 내 노래는 모든 장식 벗어 던지고
내 노래는 모든 장식 벗어 던지고 옷과 장신구도 이젠 자랑치 않습니다. 꾸밈은 우리 만남에 방해가 될 뿐 님과 나 사이을 멀리하며 울려나는 소음은 님의 속삭임을 못 듣게 할 뿐
시인으로의 나의 자만은 님 대하면 부끄러움에 스러집니다. 오 위대한 시인이시여 님의 발치에 나는 앉아 있습니다. 내 목숨 맑고 참되어 바로서게 하소서 님의 노래 불어 넣는 갈대피리 되게 하소서.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