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8.14 22:28
미국 영화배우 브래드 피트는 15년째 중국 땅을 밟지 못한다. 1997년 영화 '티베트에서의 7년'에서 주연을 맡았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 피트는 14대 달라이 라마를 만나 깨달음을 얻는 오스트리아 산악인을 연기했다. 중국에 점령된 티베트의 독립을 지지하는 메시지를 담은 영화였다. 중국 정부는 주연 배우와 감독의 입국을 지금까지 허락하지 않고 있다.
▶2007년 배우 저우룬파(周潤發)가 미국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3'에 출연했다. 중국에선 그가 출연한 장면 10여분이 삭제된 채 상영됐다. 저우룬파는 주연도 아니고 여러 나라 해적이 모인 자리에서 추악한 대머리 해적으로 잠깐 나왔다. 이 장면은 중국인 비하 논란에 휘말려 가위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85개국에서 개봉된 영화 '맨 인 블랙 3'도 중국에서 제대로 상영되지 못했다. 주인공이 중국인으로 변신한 외계인들을 죽이는 장면을 비롯해 뉴욕 차이나타운에서 벌어지는 총격전 13분이 몽땅 잘려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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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장면 삭제는 중국 당국이 한 게 아니었다고 한다. 지난 6월 LA타임스는 할리우드 영화사들이 중국에 영화를 수출하기에 앞서 스스로 검열해 장면을 뺀다고 전했다. LA타임스는 대표적인 사례로 '캐리비안의 해적 3'과 '맨 인 블랙 3'을 꼽았다. 어떤 나라의 입맛에 맞추려고 영화를 자르는 것은 할리우드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고 했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중국인이 악당으로 나오는 일도 드물어졌다. 중국인 투자자의 입김이 커졌고, 중국 관객을 불쾌하게 만들었다간 장사를 하기 힘들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11월 미국에서 개봉할 영화 '레드 돈 2012'도 악당이 중국에서 북한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2년 전 중국이 미국을 침공하는 내용으로 촬영을 마쳤지만 지난해 5월부터 컴퓨터 그래픽으로 중국 국기를 북한 인공기로 다시 그려넣으며 수정했다.
▶할리우드 영화에선 어느덧 북한이 악역을 도맡기 시작했다. 1998년 '나 홀로 집에 3'에선 악당들이 북한에 고용돼 첨단 기술을 빼돌리려 하고, 2002년 '007 어나더 데이'에선 제임스 본드가 무기 밀매를 일삼는 북한에 침투했다. 2년 전 '솔트'에서 앤젤리나 졸리는 북한군에게 속옷 차림으로 고문당하는 미국 첩보원을 연기했다. 북한 욕설 '간나 새끼'도 나왔다. 할리우드 장사꾼들이 중국 눈치를 보느라 만만한 북한에 군밤을 쥐어박는 모양새다. 실제로 북한은 '불량 국가'이긴 하다. 그래도 중국을 겨냥한 상술 탓에 악당들이 우리말을 쓰는 할리우드 영화를 보는 게 편하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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