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8.12 22:42
2000년 원주여중 2학년 손열음이 독일 남부 예술도시인 에틀링겐에서 국제 청소년 피아노 콩쿠르 1등을 했다. 2년마다 열리는 에틀링겐 콩쿠르는 '15세 이하'와 '20세 이하' 두 그룹으로 나뉘어 재주를 다툰다. 열음이는 참가자 중 가장 어렸다. 열음이는 초등학교 5학년 때도 영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2등을 했고, 그때도 최연소였다. 열음이는 오벌린, 비오티 콩쿠르에서도 제일 어린 나이로 1등을 했다. 이름 앞에 '최연소'란 말을 달고 다녔다. 그게 도전이었다.
▶열일곱 살 문지영이 지난주 에틀링겐 콩쿠르에서 우승을 따냈다. 심사위원들은 "음악적 상상력이 17세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놀랍다"고 했다. 지영이 부모는 지체장애 2·3급이다. 기초생활수급자로 한 달에 정부 지원 80만원을 받는다. 지영이는 예술중학교 합격 통지서를 받아놓고도 돈이 없어 입학을 못했다. 집엔 피아노도 없다. 흡사 골프선수에게 골프채가 없었던 셈이다. 지영이는 동네 교회와 학원을 돌아다니며 하루 8시간씩 피아노를 쳤다.
▶열일곱 살 문지영이 지난주 에틀링겐 콩쿠르에서 우승을 따냈다. 심사위원들은 "음악적 상상력이 17세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놀랍다"고 했다. 지영이 부모는 지체장애 2·3급이다. 기초생활수급자로 한 달에 정부 지원 80만원을 받는다. 지영이는 예술중학교 합격 통지서를 받아놓고도 돈이 없어 입학을 못했다. 집엔 피아노도 없다. 흡사 골프선수에게 골프채가 없었던 셈이다. 지영이는 동네 교회와 학원을 돌아다니며 하루 8시간씩 피아노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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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집저집 피아노 치기 싫다며 투정부리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거실엔 몇 년째 피아노가 놓여 있지만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아이를 피아노 학원에 보낼 때면 엄마는 달래다가 윽박지르느라 전쟁을 치른다. 하지만 지영이는 "피아노를 치고 싶다"고 엄마를 졸라 여섯 살 때부터 건반 앞에 앉았다. 스승 김대진은 "지영이는 음악에 대한 갈증으로 늘 목말라 있었다"고 했다. 지진이 난 땅에서도 멋지게 피어날 장미는 스스로 물을 찾는 법인가.
▶영문학자 장영희는 1급 지체장애였다. 장 교수는 암이 재발하자 "바닥에 쓰러질 때마다 겨드랑이에서 나를 일으켜 세우는 손길을 느꼈다"고 했다. 올림픽에서 리듬체조 5위를 차지한 손연재는 슈즈가 벗겨지자 맨발로 연기했다. 울퉁불퉁 굳은살에 피멍 든 오른발 사진이 뭉클했다. 우리는 연재의 굳은살과 피멍에서 삶의 힘을 얻는다. 한때 사회가 지영이를 보듬어준 것 같지만 실은 지영이가 우리 겨드랑이에 손을 집어넣어 우리를 일으켜 세워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