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8.02 22:46
그리스 문화의 황금기를 대표하는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은 기원전 5세기, 페르시아 전쟁에서 승리를 거둔 아테네인들이 그 영광을 수호여신(女神)인 아테나에게 바치기 위해 재건한 것이다. 그들은 전쟁 중 폐허가 된 옛 신전터에 거대한 새 건물을 지어 상아와 황금으로 만든 아테나의 신상(神像)을 봉헌했고 건물 상단의 네 면을 띠처럼 둘러싼 긴 벽면은 조각으로 채워 넣었다.
- '켄타우로스와 라피타이인의 전투'…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 부조 중 일부, 기원전 447~438년경, 대리석, 높이 172㎝, 런던 영국박물관 소장.
그중 현재 가장 온전한 상태로 남은 부분은 남쪽 벽을 장식했던 반인반마(半人半馬)의 괴수(怪獸) 켄타우로스와 라피타이인들의 전쟁 장면이다. 서로 목을 조르고, '니킥(무릎 공격)'을 날리는 등 대단히 현실적으로 전투의 실상을 묘사하면서도 이상적인 인체(人體)가 이루는 완벽한 균형미와 조화를 살린 이 조각들은 그리스 미술의 고전적인 미감을 잘 보여준다. 나머지 세 면의 벽 역시 트로이 전쟁, 아마존 여전사들과의 전쟁 등 신화 속에 등장하는 전설적인 전쟁담으로 가득 차 있다. 즉 그리스인들은 직접적으로 페르시아 전쟁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신화를 통해 자신들이 이룩한 위대한 전승(戰勝)을 선전하고자 했던 것이다. 실제로 크고 작은 도시국가들의 연합이었던 그리스군(軍)이 어마어마한 대제국인 페르시아를 물리쳤다는 건 기적 같은 일임이 틀림없었다.
올림픽의 대미를 장식하는 마라톤은 바로 그 전쟁에서 페르시아군이 전멸했던 아테네 근교의 마라톤 평원에서부터 승전보를 전하기 위해 아테네까지 쉬지 않고 달렸던 한 병사의 죽음을 기리기 위해 시작했다고 알려져 있다. 오늘날 세계 평화를 상징하는 올림픽의 기원에 전쟁이 있었던 것이다. 사실 오늘날 우리도 국가대표 선수들을'전사(戰士)'라고 부르며 승전을 기원한다. 올림픽이란 체력과 국력을 경쟁하는 가상의 전쟁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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