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국 발레단의 '월요 발레'… 7일로 소극장 공연 4주년 맞아
그는 월요일 아침마다 하늘을 올려다본다. 발레리노 이원국(42)이다. 그가 이끄는 이원국발레단의 '월요 발레 이야기' 공연이 7일로 4주년을 맞았다. 80명 앉으면 꽉 차는 대학로 소극장에서 한 주도 거르지 않고 4년을 버텼다. "비나 눈이 오면 관객이 줄어들까 봐 월요일 아침부터 마음을 졸입니다."'월요 발레'는 발레 명작 중 하이라이트 장면만 모아서 보여주는 갈라 공연. "공연의 메카에서 발레를 꽃피워 보자"는 이 단장의 의지로 시작했다. 레퍼토리는 100가지가 넘는다. 회당 평균 20~30명 왔으니 4년간 어림잡아 3000명 정도가 봤다. 월요일을 고른 것은 대관료 부담이 적었기 때문이다. 공연이 거의 쉬는 날이라 극장주가 쉽게 응했다.
- 7일로 ‘월요 발레’ 공연 4주년을 맞은 이원국발레단의 공연 모습. 대중에게 친근한 발레를 보여주겠다는 이원국 단장(오른쪽)의 의지가 담겼다. /이원국발레단 제공
봄비가 뿌리던 지난 2일, 월요 발레 공연장인 서울 종로구 명륜동 성균소극장은 50여명이 자리를 메웠다. 1평(3.3㎡) 정도 되는 좁은 분장실에 모여 화장을 하던 단원들은 "50명 왔다"는 극장 직원의 전언에 금세 얼굴이 환해졌다. 이날 공연에는 '해적' '카르멘' 등 5가지가 올랐다.
소극장이라 제대로 몸 풀 공간도 없고, 천장이 낮아서 리프트도 맘껏 하기 어렵다. 관객보다 단원이 많던 날도 있었다. 단원 12명이 2명을 위해 무대에 섰다. 그나마 1명은 이 단장의 지인(知人)이었고, 한 명은 지인 친구였다. "나 때문에 고생할 것 없다"는 지인에게 "꼭 보여주고 싶다"고 우겨서 기어이 공연했다.
'때깔'이 중요한 발레계에서 그가 이끄는 '헝그리 발레단'의 존재는 남다르다. '대한민국 최고의 발레리노'로 오랫동안 정상을 지켜왔지만, 이원국 단장은 '바닥'을 찾아다니는 데 거리낌이 없다. "우리 발레단에는 우리가 있을 자리가 있습니다." 그 자리는 "대중 바로 옆"이다. 시간 장소 불문, 언제 어디든 달려간다. 기동성으로는 국내 최고 발레단이다. 이 단장은 '보따리 발레단'이라 표현했다. 하루 전날 전화를 받고도 달려간다. 제주도까지도 가봤다. 지난달에는 울산의 한 예식장에서 단원 넷이서 축무(祝舞)로 '잠자는 숲 속의 미녀' 중 결혼식 장면을 보여주고 아낌없는 박수를 받았다.
열악한 환경이지만, 단원들은 "그래도 좋다"고 말한다. 지난달 공연한 창작발레 '춘향'에서 주역을 맡았던 발레리나 최예원(26)씨는 "큰 단체에서는 솔로나 파드되 기회를 얻기 어렵지만, 여기서는 해볼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단원 선발 오디션은 안 한다. 알아서 저절로 찾아온다. 오면 다 뽑는다. 대신 함부로 무대에 세우진 않는다. 될 때까지 연습시킨다. 발레단에는 몽골인 발레리노와 일본인 발레리나도 있다. 이 단장은 "프랑스에서 발레 배운 단원도 곧 입단할 예정"이라며 "4개 국어를 쓰는 다국적 발레단이 될 것"이라며 웃었다. 그는 "발레를 단 한 번도 안 본 국민이 아직도 70%는 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람이 모두 발레를 볼 때까지 월요 발레를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