藝文史 展示室

"대한민국 국민 모두 볼 때까지 발레합니다"

yellowday 2012. 4. 10. 21:51

입력 : 2012.04.09 00:14

이원국 발레단의 '월요 발레'… 7일로 소극장 공연 4주년 맞아

그는 월요일 아침마다 하늘을 올려다본다. 발레리노 이원국(42)이다. 그가 이끄는 이원국발레단의 '월요 발레 이야기' 공연이 7일로 4주년을 맞았다. 80명 앉으면 꽉 차는 대학로 소극장에서 한 주도 거르지 않고 4년을 버텼다. "비나 눈이 오면 관객이 줄어들까 봐 월요일 아침부터 마음을 졸입니다."

'월요 발레'는 발레 명작 중 하이라이트 장면만 모아서 보여주는 갈라 공연. "공연의 메카에서 발레를 꽃피워 보자"는 이 단장의 의지로 시작했다. 레퍼토리는 100가지가 넘는다. 회당 평균 20~30명 왔으니 4년간 어림잡아 3000명 정도가 봤다. 월요일을 고른 것은 대관료 부담이 적었기 때문이다. 공연이 거의 쉬는 날이라 극장주가 쉽게 응했다.

7일로 ‘월요 발레’ 공연 4주년을 맞은 이원국발레단의 공연 모습. 대중에게 친근한 발레를 보여주겠다는 이원국 단장(오른쪽)의 의지가 담겼다. /이원국발레단 제공

봄비가 뿌리던 지난 2일, 월요 발레 공연장인 서울 종로구 명륜동 성균소극장은 50여명이 자리를 메웠다. 1평(3.3㎡) 정도 되는 좁은 분장실에 모여 화장을 하던 단원들은 "50명 왔다"는 극장 직원의 전언에 금세 얼굴이 환해졌다. 이날 공연에는 '해적' '카르멘' 등 5가지가 올랐다.

소극장이라 제대로 몸 풀 공간도 없고, 천장이 낮아서 리프트도 맘껏 하기 어렵다. 관객보다 단원이 많던 날도 있었다. 단원 12명이 2명을 위해 무대에 섰다. 그나마 1명은 이 단장의 지인(知人)이었고, 한 명은 지인 친구였다. "나 때문에 고생할 것 없다"는 지인에게 "꼭 보여주고 싶다"고 우겨서 기어이 공연했다.

'때깔'이 중요한 발레계에서 그가 이끄는 '헝그리 발레단'의 존재는 남다르다. '대한민국 최고의 발레리노'로 오랫동안 정상을 지켜왔지만, 이원국 단장은 '바닥'을 찾아다니는 데 거리낌이 없다. "우리 발레단에는 우리가 있을 자리가 있습니다." 그 자리는 "대중 바로 옆"이다. 시간 장소 불문, 언제 어디든 달려간다. 기동성으로는 국내 최고 발레단이다. 이 단장은 '보따리 발레단'이라 표현했다. 하루 전날 전화를 받고도 달려간다. 제주도까지도 가봤다. 지난달에는 울산의 한 예식장에서 단원 넷이서 축무(祝舞)로 '잠자는 숲 속의 미녀' 중 결혼식 장면을 보여주고 아낌없는 박수를 받았다.

열악한 환경이지만, 단원들은 "그래도 좋다"고 말한다. 지난달 공연한 창작발레 '춘향'에서 주역을 맡았던 발레리나 최예원(26)씨는 "큰 단체에서는 솔로나 파드되 기회를 얻기 어렵지만, 여기서는 해볼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단원 선발 오디션은 안 한다. 알아서 저절로 찾아온다. 오면 다 뽑는다. 대신 함부로 무대에 세우진 않는다. 될 때까지 연습시킨다. 발레단에는 몽골인 발레리노와 일본인 발레리나도 있다. 이 단장은 "프랑스에서 발레 배운 단원도 곧 입단할 예정"이라며 "4개 국어를 쓰는 다국적 발레단이 될 것"이라며 웃었다. 그는 "발레를 단 한 번도 안 본 국민이 아직도 70%는 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람이 모두 발레를 볼 때까지 월요 발레를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