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3.13 23:00
서양 그림에서 추한 인물을 손에 꼽으라면 퀜틴 마시스(Quentin Matsys·1466~1529)의 '그로테스크한 노파'(1513년경)가 빠지지 않을 것이다. 원숭이 같은 얼굴, 육중한 체구, 하늘로 치솟은 머리에 장신구를 주렁주렁 매달고 있는 이 여인은 정말이지 못생겼다. 지금의 벨기에인 플랑드르 지역 화단을 이끌었던 마시스의 대표작인 이 그림은 실제 인물의 초상화가 아니라 에라스무스의 '우신예찬(愚神禮讚)'에 등장하는 '미치광이 노파'를 묘사한 것으로 보인다. 마시스는 인문학자 에라스무스의 진지한 모습이 잘 드러난 초상화를 남기기도 했다.
에라스무스는 어리석고 추악한 여러 유형의 인간상 중, '거울 앞에서 떠날 줄을 모르며, 아직도 교태를 부리려고 하고, 볼품없는 가슴을 서슴없이 드러내는 미치광이 노파'를 언급했다. 이 문장이 가슴을 애써 부풀린 드레스를 입고 누군가를 유혹하듯 빨간 꽃봉오리를 오른손에 쥐고 있는 마시스의 여인을 연상시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늙고 못생겼다고 해서 거울을 보거나 애정을 구하는 것이 죄가 되는 건 아니지 않은가.
에라스무스는 어리석고 추악한 여러 유형의 인간상 중, '거울 앞에서 떠날 줄을 모르며, 아직도 교태를 부리려고 하고, 볼품없는 가슴을 서슴없이 드러내는 미치광이 노파'를 언급했다. 이 문장이 가슴을 애써 부풀린 드레스를 입고 누군가를 유혹하듯 빨간 꽃봉오리를 오른손에 쥐고 있는 마시스의 여인을 연상시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늙고 못생겼다고 해서 거울을 보거나 애정을 구하는 것이 죄가 되는 건 아니지 않은가.
마시스의 '그로테스크한 노파' - 1513년경, 64.2×45.4cm, 목판에 유채, 런던 내셔널 갤러리 소장.
![](http://image.chosun.com/sitedata/image/201203/13/2012031302879_0.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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