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큰 스님들의 열반송 )
1.
저 하늘에 뜬 밝은 해가 진심을 드러내니
만 리에서 불어오는 푸른 바람 오랜 거문고를 타네.
생사열반이 원래부터 꿈이려니
산은 높고 바다는 넓어서 서로 침범하지 않네.
2.
육십삼 년 세월 동안
사람에게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네.
그저 운 따라 인연 따라 스스로를 내맡기니
다만 저 하늘에는 달만 떠있네.
3.
인연에 의해 왔다가
그 인연이 다하여 이제 가네
수미산을 거쳐 꺾어 버리니
허공 만이 홀로 떠 있네.
4.
본래 꿈인 듯 와서 꿈속을 쫒아가니
오고 가는 것은 꿈 가운데 사람이네.
꿈 가운데 꿈 아닌 것은
오직 나의 본래의 몸뿐이네.
5.
흰 구름 오듯 함께 와서
밝은 달이 가듯 따라가네.
가고 옴이 한 주인인데
필경 도인의 삶이네.
6.
이 세상 저 세상
오고 감은 내 알 바 아니나
은혜 입은 것은 대천세계만큼 크고
은혜를 갚는 것은 작은 시내 같아 한스럽네.
7.
산빛도 사람의 모습이요
흐르는 물도 시비의 소리인데
산빛, 물소리조차 없는 곳에서
귀머거리, 벙어리되어 평생을 살고 싶네.
8.
법신에는 본시 태어남이 없으니
육신에도 원래 실한 것이 없네
색과 공이 둘이 아니거늘
맑은 바람만이 스스로 오고 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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