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麗的 詩 ·人

GITANJALI 91 - 103 / Rabindranath Tagore

yellowday 2011. 3. 20.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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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TANJALI

기탄잘리
[신(神)에게 바치는 송가(頌歌)]

 /Rabindranath Tagore



91 

오! 그대, 삶의 마지막 완성인 죽음이여. 나의 죽음이여,  다가와 나에게 속삭여 주십시오.

날마다 나는 당신을 바라봅니다. 당신으로  인하여 나는 삶의 고통과 즐거움을 견디고 있습니다.

내 자신의 모든 것, 내가 가진 것과 희망하는 것 그리고 나의 모든 사랑은 깊은 신비 속에서 그대를 향하여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그대의 눈길이 스쳐갈 때, 나의 삶은 영원히 그대의 것입니다.

신랑을 위해 꽃은  엮어지고 화환이  준비됩니다. 결혼식이 끝나면 신부는 그녀의 집을 떠나, 밤의 고독 속에서 주인을 맞이하는 것입니다. 



92 

더 이상 이 세상을 볼 수  없는 그날이 올 것을 나는  알고 있습니다. 인생은 나의 두 눈에 마지막  장막을 드리우고 침묵 속으로 떠나갈 것입니다.

그러나 이전처럼 별은 어두운 밤을 비추고 아침은  또 다시 떠오를 것입니다. 시간은 바다의  물결처럼 일어나서  쾌락과 고통을 던져 놓습니다.

나의 마지막 시간을 생각할 때, 시간의 빗장은 부서지고 나는 죽음의 빛을 통해 홀대받는  보물로 가득 찬  세상을 바라보게 됩니다.

거기에는 가장 비천한 자리도 없고 저속한 삶도 없습니다.

내가 헛되이 갈망했던 것들과 손에 넣은 모든  것들을 버리게 하십시오. 내가 이전에는 하찮게 여기고 지나쳐  버렸던 것들을, 진정으로 소유하게 하십시오. 



93 

나는 떠나갑니다. 작별 인사를 하십시오, 나의 형제들이여!

당신들 모두에게 허리를 굽혀서 인사를 하고 나는 떠나갑니다.

여기, 내 집의 열쇠를 남겨둡니다. 그리고 내 집에  대한 모든 소유를 포기합니다. 단지 당신의 친절한  마지막 인사만을 원할 뿐입니다.

우리는 오랜 이웃이었습니다. 하지만 나는 당신에게 줄 수 있는 것보다 더욱 많은 것을  받았습니다. 이제 날은  저물고 나의 어두운 구석을 밝히던 등불도  꺼졌습니다. 나를 부르는  이가 도착했으니, 나는 여행을 떠날 준비를 시작해야 하겠습니다. 



94 

내가 떠나가는 이 시간에 행운을 빌어주십시오, 나의  친구들이여!

하늘은 노을로 불게 물들었고 나의 길은 아름답게 놓여 있습니다.

무엇을 가지고 떠나느냐고 나에게 묻지 마십시오. 나는 빈 손과 희망에 찬 가슴만을 지니고 나의 여행을 시작합니다.

나는 결혼식 예복을  차려입을 것입니다.  나의 예복은 여행자들이 입는 적갈색 옷이 아닙니다. 비록  나의 여행길에 위험이 있을지라도 나는 두렵지 않습니다.

나의 여행이 끝날 때면, 저녁 별이 반짝거릴 것입니다. 그리고 황혼의 풍요로운 노랫소리가 왕의 문전에서부터 울려 퍼질 것입니다. 



95 

내가 처음으로 생명의 문턱을 넘어섰던 그 순간을  나는 알지 못합니다.

깊은 밤 숲 속의 꽃봉오리처럼 이 엄청난 신비의 세계로 나를 피어나게 하였던 힘은 무엇이었을까요?

아침에 햇살을 바라볼 때면, 나는 한  순간 이 세상이 낯설지 않음을 느낍니다. 이름도 없고 형체도 없는 신비가 어머니의 품처럼 나를 감싸 안고 있습니다.

그러하듯이 죽음도, 똑같이 내가 알지  못했던 미지의 것으로 나타날 것입니다. 내가 이 삶을 사랑했기에 죽음도 사랑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습니다.

어머니가 오른쪽 젖가슴을 앗아가면 아기는 울음을 터트립니다.

그러나 바로 다음 순간 왼쪽 젖가슴에서 위안을  발견하게 되는 것입니다. 



96 

내가 이곳을 떠날 때, 이것이 나의  작별 인사가 되도록 하여 주십시오. 내가 보아왔던 것은 더없이 훌륭한 것이었다고.

나는 빛의 바다에 펼쳐진 연꽃 속에 감추어진 꿀을 맛보았고, 그러므로 나는 축복 받은 자였다고 이것이 나의 작별 인사가 되도록 하여 주십시오.

무한한 형상의 이 극장에서 나는  나의 연극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나는 형상 없는 당신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닿을 수 없는 당신의 손길로 나의 온 몸과 사지는 떨렸습니다.

만약 마지막 순간이 찾아오려면, 이제  오도록 하라는 이것으로 나의 작별 인사가 되도록 하여 주십시오. 



97 

당신과 함께 연극을 할 때, 나는  당신이 누구인지도 결코 물어 보지 않았습니다. 나는  부끄러움도 두려움도 몰랐습니다.  나의 삶은 사납게 몰아치는 폭풍과도 같았습니다.

이른 아침, 당신은 깊이 잠든  나에게 친구처럼 찾아오고는 하였습니다. 그리고 숲 속의 빈터마다 나를 이끌며 뛰어다녔습니다.

그때에는 당신이 나에게 불러주는  노래의 의미를 결코  알고 싶어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나의 목소리는 곡조를 따라 부르고 나의 마음은 흥에 겨워 춤을 추었을 뿐입니다.

이제 즐거이 놀던 시절은 끝나고 갑자기 나에게  들이닥친 이 광경은 무엇입니까? 당신의 발 앞에 시선을 숙인 세상은 침묵하는 모든 별들과 함께 놀라움 속에 서 있는 것입니다. 



98 

나는 나의 패배를 전리품과 화환으로 당신을 장식할 것입니다.

정복을 당하지 않고서 도망칠 수 있는 힘이  나에게는 조금도 없습니다.

나의 자만심은 벽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습니다. 나의 생명은 극심한 고통 속에 터져버릴 것입니다.

그리하여 나의 텅 빈 가슴은 구멍 뚫린 갈대처럼 음악이 되어 흐느낄 것이며 돌도 녹아 눈물로 흐를 것입니다.

연꽃에 피어있는 백 개의 꽃잎도 영원히 닫힌 채로 있지 않을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습니다.  꿀을 간직한 비밀의  장소도 드러나고 말 것입니다.

푸른 하늘에서 어떤 눈동자가 나를 응시하며 침묵  속에서 나를 소환할 것입니다. 나에게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을 것입니다.

그 무엇도 말입니다. 그리고 당신의 발 앞에서 나는 온전한 죽음을 받아들일 것입니다. 



99 

내가 방향타를 놓아버렸을 때, 나는 당신이 그것을 잡을 때가 왔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해야 할 일이 즉시  이루어질 것입니다.

저항하여 다투는 것은 헛된 일입니다.

그렇다면 손을 치우고 조용히 패배를 견디거라, 나의 심장이여.

여기에서 머무르고 있는 것을 행운으로 생각하거라.

내 생명의 등잔들은 불어오는 부드러운 바람에도 꺼져갑니다.

그것에 다시 불을 붙이려고 애를 쓰다가 나는 다른 모든 것들을 잊어버리고는 합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지혜롭게 행동하겠습니다. 어둠 속에서 마루 위에 자리를 펴고 나는 기다릴 것입니다.  당신이 원하실 때에는 언제든지, 나의 신이여, 조용히 다가와서 이곳에 앉으십시오.



100 

형상이 없는 완전한 진주를 얻고 싶어서 나는 형상의 깊은 바다 속으로 깊숙이 잠수하여 들어갔습니다.

풍파에 시달린 나의 배로는 더 이상 이 항구에서 저 항구로 떠돌아 항해하지 않을 것입니다. 장난 삼아 물결에 떠돌아 다니던 그 시절은 이미 지나갔습니다.

이제 나는 죽음이 없는 그곳으로 깊이 뛰어들기를 열망합니다.

깊이도 모르는 심연의 곡조 없는 음악이 울려  퍼지는 회당 안으로 나는 생명의 현을 가지고 들어가겠습니다.

나는 영원의 곡조에 맞추어서 연주를  하겠습니다. 그리고 나의 현이 마지막 흐느낌을 다하는  순간, 나는 침묵의  발치에 소리 없는 현을 내려놓겠습니다. 



101 

나는 일생동안 나의 노래로 당신을  찾아다녔습니다. 이 집에서 저 집으로 나를 인도한 것은 나의  노래였습니다. 노래로 나는 세상을 찾고 더듬으며 나 자신을 느껴왔습니다.

내가 배웠던 모든 것들을 가르친 것은 바로 나의 노래였습니다.

그것은 감추어진 길을 보여주었으며, 내  마음의 수평선 위에 떠오른 수많은 별들을 나의 눈 앞에 펼쳐서 보여주었습니다.

나의 노래는 기쁨과 고통의 신비스러운 나라로 하루  종일 나를 인도하였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여행의 끝에  이르는 저녁이 되면 그 노래는 어떤 왕궁의 문으로 나를 데려다 줄까요? 



102 

나는 당신을 알고 있다고 사람들에게 자랑을 하였습니다. 사람들은 나의 모든 작품에서 당신의 형상을 바라봅니다. 사람들은 찾아와서 나에게 물어봅니다. "그는 누구입니까?"  나는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 모르고 이렇게 말합니다. "그것은  말로 대답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들은 나를 비난하고 무시하면서  떠나가 버립니다. 하지만 당신은 그곳에 앉아서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나는 당신에 대한 이야기를 영원한  노래로 부릅니다. 비밀이 나의 마음에서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찾아와서 나에게 물어봅니다. "모든 의미를 알려  주십시오." 나는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 지 모르고 이렇게 말합니다. "아!  누가 그 의미를 알  수 있겠습니까!" 그들은 나를 비난하고 무시하면서 떠나가 버립니다. 하지만 당신은 그곳에 앉아서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103 

나는 일심으로 마음을 모아서 당신에게 귀의합니다.신이여, 나의 모든 감각을 펼친 다음, 당신의 발  아래 엎드려서 이 세상에 닿도록 하십시오.

아직 모두 쏟아지지 않은 소나기를 머금고 낮게  드리워져 있는 칠월의 비구름처럼, 마음을 모아서 당신에게 귀의합니다. 당신의 문전에 나의 모든 것을 바치도록 하십시오.

나의 마음을 모아서 당신에게 귀의합니다.  나의 모든 노래의 다양한 선율도 하나의 흐름으로 모아서 침묵의 바다로 흐르도록 하십시오.

밤이나 낮에도 고향이 그리워서  산 속의 오래된  둥지로 날아가는 학의 무리처럼, 마음을  모아서 당신에게 귀의합니다.  나의 생명을 바쳐서 영원한 고향으로 떠나도록 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