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麗的 詩 ·人

여치 소리를 듣는다는 것 / 안도현

yellowday 2019. 4. 14. 12:00





여치 소리를 듣는다는 것 / 안도현



내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 떨어져 앉아 우는 여치


여치 소리를 듣는다는 것은

여치 소리가 내 귀에 와 닿기까지의 거리를 생각하는 것

그 사이에 꽉 찬 고요 속에다 실금을 그어놓고

끊어지지 않도록 붙잡고 있는 것


밤낮으로 누가 건너오고 건너가는가 지켜 보는 것

외롭다든지 사랑한다든지 입 밖에 꺼내지 않고

나는 여치한테 귀를 맡겨두고

여치는 나한테 귀를 맡겨두는 것


여치 소리를 듣는다는 것은

오도카니 무릎을 모으고 앉아

여치의 젖은 무릎을 생각한다는 것



여치소리를 듣는다는 것 / 안도현

'美麗的 詩 ·人'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연인의 곁 / 괴테  (0) 2019.05.09
幸福 / 허영자  (0) 2019.04.17
연서(戀書) / 프란체스카  (0) 2019.03.23
저곳 / 박형준  (0) 2019.02.14
설날 떡국 / 정연복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0) 2019.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