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8.12.14 03:02
조각가 임영선, 영화 촬영처럼 쇼하는 정치 풍자
북한 김정은이 전구가 반짝이는 레드카펫 위에서 권총을 들고 서 있다. 그 앞에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쓰러져 있다. 달러 뭉치가 담긴
돈 가방도 엎어졌다. 두 사람 앞엔 붐마이크와 카메라가 설치돼 있고, 벽면엔 네온사인 'The show must go on!'이 반짝인다.
"두 정치인은 말하자면 영화 촬영처럼 '쇼'를 하고 있는 것이다." 조각가 임영선(59·사진) 가천대 교수가 말했다.
이 설치 작품 'The show must go on!'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2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임 교수의 개인전 대표작이다. "지난봄 열린 미·북 정상회담 당시 제작했다. 정치는 쇼다. 그들의 형식적인 스테이트먼트(statement)에 귀 기울이는 이들에 대한 무참한 배신을 조롱코자 했다." 국내외적 이벤트는 많지만 민생고는 갈수록 악화되는 현실이 그를 움직이게 했다. "나는 주로 인간 심리, 기계와 기술에 대한 철학을 다뤄온 작가다. 하지만 계속 그런 작품만 하기엔 나라가 너무도 잘못돼 가고 있다. 집 근처 경기도 광주 경안시장, 서울 청계천 상가를 가도 전부 난리다. 갑질이 횡행하고, 가난한 사람은 더 도탄에 빠졌다. 나는 아름다운 예술을 하지 않는다. 이 상황에서 유미적인 작업을 한다면 시대착오 아닌가."
18년 만의 국내 개인전이다. 아내를 암으로 떠나보내는 등의 힘든 시간을 보냈다. 이번 전시엔 아내에게 바치는 영상, 난민 문제를 다룬 설치, 판화 등 작품 9점이 전시된다. "작가의 실천을 통해 사회가 아름다워질 수 있다면 그 예술은 값질 것이다." 쇼는 계속돼야 한다. 20일까지. 무료. 출처 : http://new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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