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벵골 출신 시인 타고르(Rabindranath Tagore, 1861-1941)의 시집 〈기탄잘리(Gitanjali)〉(1909)는
타고르 자신이 부제를 붙인 것과 마찬가지로 "님에게 바치는 노래, 곧 신에게 찬미드리는 송가(頌歌)"라는 뜻이다.
이 시는 모두 103편으로 되어 있는데, 제목 대신 번호가 붙어 있는 것이 독특하다.
한 편 한 편으로서의 독립된 뜻도 있지만 일종의 연작시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생과 사의 문제, 그리고 인간은 어디까지나 종교적인 측면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음을 잘 보여주는 시라고 하겠다.
"님은 나를 영원하게 하셨으니, 그것이 님의 기쁨입니다. /
이 연약한 그릇을 님은 수없이 비우시곤 또 항시 신선한 생명으로 채우십니다. /
이 작은 갈잎 피리를 님은 언덕과 골짜기 너머로 나르셨습니다. /
그리고 님은 그것을 통해 항시 새로운 선율을 불러내셨습니다. /
님의 불멸의 손길에 닿아 내 어린 마음은 기쁨에 녹아 들어 굳이 막혔던 말문이 열립니다. /
님의 무한한 선물은 오로지 이 내 하찮은 두 손으로 해서만 내게 옵니다. /
세월은 가도, 님은 여전히 부으시니 채울 자리는 여전히 있습니다."
이것이 제1장의 시이다. 신의 위대함과 자비로움에 감사하는 마음의 시이다.
신을 우러러 기도할 때마다 내 영혼은 맑아지고 신과 같이 거룩하게 됨을 느끼게 하는 시이기도 하다.
내게 흐르는 눈물을 거두어 주시고 괴로움을 평안으로, 번거로움을 화평하게 하시는 신의 손길을 느끼게 하는 타고르의 시심은
멀리서 손짓하는 님의 발길에까지 닿음을 느낀다. 님의 음악이 지니는 빛의 세계를 밝히듯 그의 영혼을 밝혀 준다.
위대한 사상은 죄악의 인간을 구원에 이르게 한다는 것을 이 송가를 통해서 감지할 수 있다.
끝없이 타오르는 욕정의 불길도 꺼주고, 지나친 욕망의 화근으로부터 우리를 건져 준다.
죽음이 우리를 부를 때 빈손으로 나아가지 않고 나의 모든 가을날의 달콤한 포도주를 나의 바쁜 생애의 온갖 벌이와
소득으로 전부를 내어 놓겠다는 타고르의 마음은 경건하고 전폭적으로 신에게 의지하는 태도이기도 하다.
시성 타고르의 시를 감상하는 마지막 작업으로 103편째의 끝 줄을 여기에 소개한다.
"님에게 드리는 한 인사로, 낮이나 밤이나 그들의 산에 있는 둥지로 되돌아 나는 향수에 젖은 학의 떼처럼
나의 온 생명으로 하여금 그 영원한 안식처에의 항로를 취하게 하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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