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8.30 14:43 | 수정 : 2017.08.30 14:58
한 문화재 수집가가 조선 인조 계비 장렬왕후 어보(御寶·왕실 의례를 위해 제작된 도장)를 미국의 한 경매 사이트에서 구입해 국립고궁박물관에 넘겼으나 보상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됐다.
고미술 화랑을 운영하던 정모씨는 지난해 1월 미국의 한 경매 사이트에 ‘일본 돌거북이(Japanese Hardstone Turtle)’이라고 올라와 있는 공예품을 봤다. 정사각형의 도장 위에 거북이 한 마리가 고개를 들고 있는 돌로 만들어진 도장이었다.
정씨는 9500달러(약 1069만원)에 그 돌거북이를 낙찰받았다. 운송비과 통관비로 1000여만원을 더 납부한 뒤 지난해 3월 손에 넣었다.
그러나 정씨가 들여온 것은 일본 돌거북이가 아니라 340년 전 조선 왕후의 의례용 도장이었다. 숙종 2년인 1676년에 인조의 계비인 장렬왕후 조씨에게 '휘헌'이라는 존호를 올리기 위해 만들어진 어보(御寶)였다. ‘자의공신휘헌대왕대비지보(慈懿恭愼徽憲大王大妃之寶)’라는 한자가 인각돼 있다. 다른 어보들과 함께 종묘에 봉안돼 관리됐으나 6·25 전쟁 때 도난당했다. 경매 사이트에서 일본 고미술품으로 잘못 알고 올린 것이었다.
정씨는 지난해 9월 국립고궁박물관의 ‘2016년 하반기 유물 공개 구입 공고’를 보고 이 어보를 2억5000만원에 사 달라며 유물 매도 신청을 냈다.
하지만 박물관은 심의를 거쳐 “장렬왕후 어보는 도난문화재로 등록돼 있고 미국 경매사이트에서 불법거래된 점이 의심스럽다”며 정 관장에게 매수도 반환도 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이에 정 관장은 “정상적인 경매 거래를 통해 구입했다”고 주장하며 사유재산이니 돌려주든지, 2억5000만원을 주고 사 달라”며 지난 3월 국가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재판장 이상윤)는 “정씨가 어보를 구입한 미국 버지니아주의 법률은 도난품을 취득한 경우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A씨가 경매 사이트에서 낙찰받았다고 하더라도 버지니아주법에 따라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민법은 도난품이라도 선의(법률용어로 어떤 사실을 모르는 것)로 매수한 경우 원래 소유자가 대가를 변상하고 물건을 반환하도록 청구할 수 있게 규정했다”면서도 “어보 취득 과정에 버지니아주법이 적용된 이상 A씨에게는 다른 재산권이 인정될 여지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국립고궁박물관이 대가를 지급하지 않은 채 반환하지 않는 것이 불법행위라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조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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