育兒에 도움이

유치원생에게 초등 2~3학년 수준 연산 가르치고 코딩 교육까지…학부모 불안감 먹고 크는 유아 교육 시장

yellowday 2016. 10. 18. 14:22


기사 이미지

서울 서초구에 사는 정선희(41·가명)씨의 7세 딸은 대여섯 개의 학원에 다닌다. 사고력 수학학원, 독서논술학원, 생활체육학원, 피아노, 국어·수학·한자 학습지 등. 정씨는 “아이가 따라가기 벅차하는 것 같아서 둘째보다 사교육을 조금 줄였다”면서 “현재 초 2인 둘째는 영어유치원도 추가로 더 다녔었다”고 말했다.

유치원생을 대상으로 한 선행학습, 사교육 시장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핵심 교과목인 국어·수학·영어를 비롯해 최근에는 코딩교육까지 유행이다.

가장 인기가 많은 과목은 수학이다. 이공계 우대 정책 등 수학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사회 분위기 때문이다. 수학 학원은 주로 ▲연산 ▲사고력수학 두 분야로 나뉜다. 대치동 학원가에는 연산을 집중적으로 가르치는 ㄷ 영재원이 6~7세 학부모를 끌어들이고 있다. 온라인 학부모 커뮤니티에서는 이 학원만의 특별한 연산 방식이 효과적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7세 자녀를 둔 이영이(37·가명·서초구 반포동)씨는 “초 2~3학년 수준의 곱셈까지 배우지만 이를 배우고 나면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수학의 다른 개념에 더 빨리 적응하고 잘한다고 하니 아이를 학원에 보내야 하나 싶다”고 했다. 학습지를 통해 연산을 연습하는 경우도 많다. 정선희씨는 “수학 학습지로 하는 연산 공부는 대부분 학부모가 기본으로 시키기 때문에 선행학습으로 쳐 주지도 않는다”고 했다.

사고력 수학은 자녀를 영재교육원에 보내려는 학부모가 주로 선택하는 사교육 유형이다. 지문은 짧으면서도 머리 회전을 필요로 하는 형식의 문제를 풀면서 영재성 검사에 대비하는 식이다. 가베(점, 선, 면 등 다양한 조각을 이용해 모양을 만들어보는 놀이) 등 교구를 활용한 놀이 교육을 사고력 수학의 범주에 포함하기도 한다. 이영이씨는 “놀이교육으로 초등학생 때 배우게 될 도형 등 수학 개념을 쉽고 재밌게 배울 수 있다”며 “가베를 하지 않으면 나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들었다”고 했다.

영재교육원을 통해 특목·자사고, 명문대 입시가 이어진다고 생각하는 학부모들은 어려서부터 영재교육에 몰두한다. ㅋ 영재교육학술원은 유아용 지능검사인 ‘웩슬러(Wechsler) 지능검사’를 거쳐 우수한 성적을 거둔 학생을 선발해 가르친다. 학원에 따르면 개별 교과를 가르치지는 않고 언어, 수학, 과학, 창의성 영역을 통합해 가르치면서 학생이 논리적이고 창의적으로 사고, 표현하는 힘을 길러준다고 한다. 7세 아들을 이곳에 보내는 김지인(48·가명)씨는 “얼음, 수증기 등 다양한 물의 종류를 공부하는 등 실생활에서 배울 수 있는 과학 개념 등을 익히고, 한 반에 5명 내외밖에 되지 않지만 아이들이 토론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낸다”며 “충북 청주 등 지방에서 찾아오는 아이들도 많다”고 했다.

코딩 교육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서울 반포에 있는 ㅅ 코딩 학원은 초등생뿐만 아니라 6~7세를 대상으로 한 반도 운영 중이다. 일주일에 한 번 90분씩 수업한다. 아이들이 직접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명령을 만들어 로봇을 움직여보는 등 실습식 수업이 진행된다. 학원 관계자는 “한 달에 100여 건씩 상담 문의가 오는 등 최근 코딩 교육에 대한 학부모의 높은 관심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코딩 조기교육의 문제점이 대두되고 있다는 지적에는 “디지털 네이티브인 자녀 세대들은 어린 나이임에도 충분히 코딩교육에 적응할 수 있다”며 “코딩교육은 단순한 프로그래밍 언어 암기 교육이 아니라 컴퓨팅적 사고력(computational thinking) 등을 키우는 창의 교육”이라고 답했다. 한편, 핀란드는 만 4세부터, 영국은 만 5세부터 국가적으로 코딩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학습지 업체도 선행학습을 부추기기는 마찬가지다. ㄱ사의 ㅇ 방문 관리 프로그램은 1~4학년 교과서의 핵심 내용을 담으면서도 추천 연령에 ‘유아 5~7세’를 포함했다.

7세 자녀를 둔 한 누리꾼은 온라인 학부모 커뮤니티에 “올 초 인적성검사를 하고 ㅇ 학습지를 소개받았는데 초등 교과과정을 90% 정도 비슷하게 기획한 학습지였다. 완벽한 초등 선행학습이란 느낌을 받았고 이를 경험한 학생과 아닌 학생이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습지 교사는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중간층이 없고 (교과과정을 미리 경험한) 잘하는 아이, (경험이 없는) 못하는 아이만 있다고 했다. 학습지 교사의 말을 듣고 나니 엄마가 아무리 노력해도 학습지 프로그램을 못 따라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교육 전문가들은 과도한 유아 선행학습에 우려를 보이기도 한다. 서혜애 부산대 과학영재교육원장은 “사교육은 성과를 증명하기 위해 결과중심적인 교육을 할 가능성이 높다”며 “어린 학생들에게 자기가 즐기고 좋아할 수 있는 분야를 찾게 할 시간을 주지 않고 암기식· 주입식 교육만 시킨다면 다른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소중한 인재를 잃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현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연구원은 “최근 유아 대상 영재학원이 급속도로 확산됐다”며 “어린 아이들에게 사고력을 길러줄 수 있는 교육을 진행하지 않고, 당장 교육의 효과가 나타날 수 있게 결과중심적인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게 유아 선행학습의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