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5.19 03:00
['이중섭, 백년의 신화' 展] 자문위원단이 꼽은 '꼭 봐야 할 작품'
"오늘 엄마, 태성이, 태현이가 소달구지를 타고… 아빠는 앞쪽에서 소를 끌면서 따스한 남쪽 나라로 가는 그림을 그렸어요."
6월 3일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리는 '이중섭, 백년의 신화' 전에서는 '길 떠나는 가족' 등 이중섭의 대표작 200여점이 나온다. 미술 문외한이라도 한국 사람이면 한번 봤음 직한 작품들이 오래간만에 한데 모였다. 이렇게 많은 이중섭 작품이 전시되는 건 1986년 서울 호암갤러리에서 열린 '이중섭 30주기전' 이후 30년 만이다. 지난 1년간 전시 준비에 참여해온 자문위원들에게 이번 전시에서 꼭 봐야 할 작품 추천을 각자 5점 꼽아달라고 부탁했더니, '길 떠나는 가족'이 공통적으로 꼽혔다. 자문위원단에는 오광수 뮤지엄 산 관장(전 국립현대미술관장), 서성록 미술평론가, 박명자 갤러리현대 회장 등이 참여했다.
◇한민족의 상징 '소' 10점 전시
역시 이중섭 하면 소다. 총 10점(사람과 함께 있는 소 제외)의 소가 전시장으로 출동한다. 오광수 관장은 '흰 소'(1955, 홍대박물관)를 백미로 꼽았다.
오 관장은 "이중섭의 흰 소는 백의민족, 즉 우리 민족을 상징한다. 이중섭의 민족의식이 반영된 대표적 작품이라 볼 수 있다"고 했다.
언뜻 보기에 분간하기 어려운 닮은꼴 황소 머리 2점도 등장한다. 빨간 배경으로 소의 머리 부분을 집중해 그린 '황소'(두 점 모두 1953~1954, 개인 소장) 두 점이다. 한 작품은 가로로 붓터치를 해 붉은 노을을 배경으로 그린 반면, 다른 한 점은 배경의 붉은빛이 조금 더 어둡고 붓터치를 둥글게 했다. 후자는 이번에 처음 공개되는 작품이다. 박명자 회장은 "가만히 들여다보면 소 하나가 주름이 적고 젊다. 자녀 손을 잡고 두 그림을 비교 관찰해보라"고 권했다.
◇뉴욕에서 날아온 은지화
종이 값이 없어 담뱃갑의 은지(銀紙)에 그린 이중섭의 은지화는 가난한 예술혼의 상징과도 같다. 얇은 은지를 긁어 그린 은지화는 마치 암석에 새긴 경주 남산의 고대 불교 조각을 연상시킨다. 이 은지화는 현대미술의 정상급 미술관인 미국의 뉴욕현대미술관(MoMA)에까지 소장됐다. 주한 미국 대사관 문정관이었던 아서 맥타가트가 1955년
구입해 MoMA에 기증한 은지화 3점이 전시에 나온다. 이 중 '신문 읽는 사람들'은 6·25 이후 어수선한 정세 속에 신문을 들여다보는 보통 사람을 그렸다. 서성록 평론가는 은지화 '도원(낙원의 가족)'을 추천했다. "손바닥만 한 은지에 거대 서사가 그려져 있다. 유화 '서귀포의 환상'에 버금가는 좋은 작품"이라고 했다. 조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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