藝文史 展示室

이중섭 붓끝에 평생 담겨 있던 두 가지… 가족 그리고 소

yellowday 2016. 5. 19. 14:36

입력 : 2016.05.19 03:00

['이중섭, 백년의 신화' 展] 자문위원단이 꼽은 '꼭 봐야 할 작품'

'이중섭, 백년의 신화' 전 로고 이미지

"오늘 엄마, 태성이, 태현이가 소달구지를 타고… 아빠는 앞쪽에서 소를 끌면서 따스한 남쪽 나라로 가는 그림을 그렸어요."

자세히보기 CLICK
일본으로 떠나보낸 가족과의 해후를 꿈꾸며 아비 이중섭(1916~56)은 달구지에 탄 가족을 편지에 그려 아들에게 보냈다. 이 편지 삽화와 똑같은 구도의 그림이 있다. 유화 '길 떠나는 가족(1954)'이다. 연출가 이윤택이 같은 이름의 연극으로 제작하기도 한 이 작품엔 이중섭이 평생 부여잡고 있었던 두 주제 '가족'과 '소'가 함께 들어가 있다. 추위와 굶주림, 눈물과 슬픔이 없는 유토피아를 향한 희망가(歌)다. "중섭처럼 그림과 인간이, 예술과 진실이 일치한 예술가를 나는 모른다"고 했던 시인 구상의 말이 떠오르는 자전적 그림이다.

6월 3일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리는 '이중섭, 백년의 신화' 전에서는 '길 떠나는 가족' 등 이중섭의 대표작 200여점이 나온다. 미술 문외한이라도 한국 사람이면 한번 봤음 직한 작품들이 오래간만에 한데 모였다. 이렇게 많은 이중섭 작품이 전시되는 건 1986년 서울 호암갤러리에서 열린 '이중섭 30주기전' 이후 30년 만이다. 지난 1년간 전시 준비에 참여해온 자문위원들에게 이번 전시에서 꼭 봐야 할 작품 추천을 각자 5점 꼽아달라고 부탁했더니, '길 떠나는 가족'이 공통적으로 꼽혔다. 자문위원단에는 오광수 뮤지엄 산 관장(전 국립현대미술관장), 서성록 미술평론가, 박명자 갤러리현대 회장 등이 참여했다.

한민족의 상징 '소' 10점 전시

역시 이중섭 하면 소다. 총 10점(사람과 함께 있는 소 제외)의 소가 전시장으로 출동한다. 오광수 관장은 '흰 소'(1955, 홍대박물관)를 백미로 꼽았다.

오 관장은 "이중섭의 흰 소는 백의민족, 즉 우리 민족을 상징한다. 이중섭의 민족의식이 반영된 대표적 작품이라 볼 수 있다"고 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이중섭의 ‘길 떠나는 가족’(1954, 가로 64.5㎝·세로 29.5㎝). 이중섭이 일본인 아내 이남덕 여사와 아들 둘이 탄 소달구지를 이끌고 있다.
생이별한 가족과 다시 만나 행복하게 살고 싶은 바람을 경쾌한 움직임과 색채로 표현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언뜻 보기에 분간하기 어려운 닮은꼴 황소 머리 2점도 등장한다. 빨간 배경으로 소의 머리 부분을 집중해 그린 '황소'(두 점 모두 1953~1954, 개인 소장) 두 점이다. 한 작품은 가로로 붓터치를 해 붉은 노을을 배경으로 그린 반면, 다른 한 점은 배경의 붉은빛이 조금 더 어둡고 붓터치를 둥글게 했다. 후자는 이번에 처음 공개되는 작품이다. 박명자 회장은 "가만히 들여다보면 소 하나가 주름이 적고 젊다. 자녀 손을 잡고 두 그림을 비교 관찰해보라"고 권했다.

뉴욕에서 날아온 은지화

종이 값이 없어 담뱃갑의 은지(銀紙)에 그린 이중섭의 은지화는 가난한 예술혼의 상징과도 같다. 얇은 은지를 긁어 그린 은지화는 마치 암석에 새긴 경주 남산의 고대 불교 조각을 연상시킨다. 이 은지화는 현대미술의 정상급 미술관인 미국의 뉴욕현대미술관(MoMA)에까지 소장됐다. 주한 미국 대사관 문정관이었던 아서 맥타가트가 1955년 구입해 MoMA에 기증한 은지화 3점이 전시에 나온다. 이 중 '신문 읽는 사람들'은 6·25 이후 어수선한 정세 속에 신문을 들여다보는 보통 사람을 그렸다. 서성록 평론가는 은지화 '도원(낙원의 가족)'을 추천했다. "손바닥만 한 은지에 거대 서사가 그려져 있다. 유화 '서귀포의 환상'에 버금가는 좋은 작품"이라고 했다. 조닷

www.jungseo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