藝文史 展示室

"동양 女神의 몸짓, '반지의 제왕'보다 재밌을걸요"

yellowday 2016. 5. 13. 05:56

입력 : 2016.05.06 00:27

중문학자 정재서 교수 대본 쓰고 조기숙 무용과 교수 안무 맡은 발레 '巫山神女' 13일 개막

"하늘로 날아가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가장 잘 표현한 예술이 바로 발레예요."(조기숙 교수)

"한자 중에서 '선(仙)'자가 바로 그렇게 날아가는 모습인데…."(정재서 교수)

'발레는 서양 예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인식의 전환이 될 만한 공연이 오는 13일 개막한다. 조기숙 NEW발레단의
'그녀가 운다―여신(女神) 무산신녀(巫山神女)'다. 안무는 조기숙(57) 이화여대 무용과 교수가 맡았고, 대본을 쓴 사람은 동양 신화
연구로 유명한 중문학자 정재서(64) 이화여대 인문과학대학 교수다. '서왕모(西王母·2013)'와 '항아(姮娥·2015)'에 이은 이들
'동·서양 콤비'의 동양 신화 여신 발레 시리즈 세 번째 작품이다.

동양신화 발레 시리즈 제3편을 무대에 올리는 안무가 조기숙(오른쪽) 교수와 중문학자 정재서 교수는“예술과 미학에는 동·서양의 경계가 없더라”고 했다.
동양신화 발레 시리즈 제3편을 무대에 올리는 안무가 조기숙(오른쪽) 교수와 중문학자 정재서 교수는“예술과 미학에는
 동·서양의 경계가 없더라”고 했다. /고운호 객원기자

두 사람이 의기투합한 것은 4년 전 조 교수가 우연히 정 교수의 동양 신화 특강을 들으면서부터였다.
조 교수는 1980년대 시위 현장에서 춤을 추는 등 문화 운동을 했고 늦깎이로 영국 유학을 갔다 와서 교수가 된 독특한 이력을 지녔다.
NEW발레단 창단 이후에도 힙합과 비보잉을 도입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했다. "늘 동양인의 정체성을 발레에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강의를 듣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 "'반지의 제왕'보다 더 재미있는 동양 신화가 있었는데 왜 몰랐을까!" 생명과 사랑을
주관하는 신들의 어머니 서왕모, 그의 처소에서 불사약을 훔쳐 먹고 달나라로 도망간 항아…. 현대 여성 못지않게 생동감 넘치는
여신들의 이야기를 꼭 발레로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당황한 쪽은 정 교수였다. "솔직히 그때까지는 발레에 큰 관심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나름대로 공부해 보니까,
와~ 이렇게 보편적인 몸짓으로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예술이 또 있겠나 싶더라고요." 기꺼이 대본과 감수 등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역할을 맡은 그는 "콘텐츠의 보물창고인 동양 신화는 불과 한 세기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전통문화에 녹아 있는 요소였는데
 너무 빨리 잊혔다"고 했다.

시리즈 세 번째인 이번 공연은 초(楚) 나라 회왕과 사랑을 나눠 '운우지정(雲雨之情)'이란 고사성어를 낳은 신녀 이야기다.
조 교수는 "자기의 몸과 연애를 스스로 선택하고, 뜨겁게 사랑한 뒤 미련 없이 떠나는 쿨한 여성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발레 몸짓에 외유내강(外柔內剛) 스타일을 적용하고, 파드되(2인무)에선 토르소(몸통)에 닿는 동작을 훨씬 부드럽게 표현하는 등
안무에 '동양적'인 요소를 넣었다.

두 교수는 내년 제4부 '여신 여와(女)'로 일단락할 예정인 이 '여신 시리즈'의 해외 진출도 노리고 있다. 'K발레'의 새 바람을
일으켜 한류의 한 축을 담당하겠다는 포부다.  조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