貴한 이미지들

"보석 전시품 다 합치면 270억이고요… 이 목걸이만 20억입니다"

yellowday 2015. 11. 15. 07:56

입력 : 2015.11.14 03:00

초특급 VIP를 위한 신제품 공개 현장 가보니
하루 임대료 3000만원 특급 호텔에서 진행, 하루 20명 한정… 수십억짜리 직접 걸쳐봐

"어떻게 오셨습니까?" 지난 4일 오전 11시 서울 한 특급호텔 스위트룸 입구에 서자 검은색 정장을 차려입은 호텔 직원이 부드러운 동작으로 막아서며 물었다. 말없이 가방에 들어 있던 새하얀 초대장을 슬쩍 보여줬다. 호텔 직원은 바로 허리를 동시에 숙이며 "오셨습니까"라고 말했다. 그러곤 입가에 붙어 있는 무전 마이크에 대고 낮게 속삭였다. "고객님 한 분 들어가십니다." 그가 왼쪽 가슴 양복 주머니에 넣어뒀던 카드를 꺼내 키 패드에 갖다대자 '삐리릭'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안에서 서너 명의 직원이 튀어나오며 말을 걸었다. "고객님,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이날 프랑스 최고급 보석 회사인 C사가 극소수의 VIP 고객만을 위해 준비했다는 신제품 공개 현장이었다. 한 시간에 딱 세 명, 온종일 단 스무 명의 고객만을 은밀하게 초대한다는 자리에 다녀왔다. 기자들을 상대로 하는 행사 초청장을 받았으나 VIP 시간대에 찾아간 것이다. 스위트룸 입구엔 행사를 알리는 어떤 표지판도 없었다. 초대장이 없는 사람은 아예 들어갈 수 없었다. 대부분의 VIP 고객 행사가 입구에 표지판을 세워놓고 행사를 알리는 것과는 딴판이었다. 회사 측은 "VIP 고객님들은 워낙 자기들끼리도 다 아는 사이라서 다른 사람들이 많이 섞이는 걸 원치 않는다. 그래서 한 번에 세 분만 모셨다"고 했다.

 



 

 

 

스위트룸에 들어서자 굽이치는 물결 모양의 화려한 크리스털 샹들리에와 여기저기 가득 꽂힌 새하얀 수국이 한눈에 들어왔다. 이 호텔은 지난달 서울 광화문에 문을 연 최고급 호텔로, 이곳 스위트룸은 하루 임대 비용만 3000만원가량에 달한다. 널찍한 방 곳곳엔 다이아몬드와 록 크리스털, 아쿠아마린석, 콜롬비아산(産) 에메랄드 등으로 완성된 목걸이·귀고리·반지·티아라 등이 전시돼 있었다. 단정한 정장 투피스를 입고 작은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걸친 C사 직원이 "이쪽부터 설명드릴까요?"라면서 부드럽게 이끌었다. "오늘 이 자리에 전시된 하이엔드 주얼리는 다 합치면 270억원 정도 되고요, 지금 보시는 이 제품은 27억원입니다. 아주 희귀한 록 크리스털에 609개의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제품이고요, 다이아몬드만 29.58캐럿입니다. 어떠세요?" 목이 막혀서 대답을 잘 하지 못했다.

직원은 옆에 있는 제품으로 다시 이끌었다. "머나먼 지중해 연안에서의 첫 다이빙 순간을 형상화한 에메랄드 컷 아쿠아마린석과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로 만든 목걸이입니다. 20억원이고요, 아쿠아마린석만 총 91캐럿 들었습니다." 스위트룸은 총 3개의 방이 함께 붙어 있었다. 왼쪽 방으로 자리를 옮기자 "비교적 저렴한 라인"이라는 1억원짜리 티아라와 반지, 귀고리 등이 놓여 있었다.

한 바퀴를 돌고 나니 직원들이 소파에 앉아 쉴 것을 권했다. 자리에 앉자 남자 직원이 다가와 물었다. "음료 한잔하시겠습니까. 샴페인, 홍차, 커피, 탄산수, 주스가 준비돼 있고, 카나페와 디저트도 있습니다." 샴페인과 보석 회사 로고가 앙증맞게 새겨진 화려한 카나페가 나왔다. 샴페인은 모엣샹동이라고 했다. 보석 회사 직원이 다시 다가와 물었다. "더 보시고 싶은 제품 있으시면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착용해 보시겠어요?" 주위를 돌아보니 다른 VIP 고객들이 이미 소파에 앉아 20억원, 10억원짜리 목걸이와 귀고리를 걸쳐보고 있었다. 손에 흰 장갑을 낀 직원들이 거울을 가져다줬고, 어떤 이는 머리카락이 걸리지 않도록 고객의 머리를 슬쩍 들어주기도 했다.

4일 한 특급호텔 스위트룸에서 열린 VIP 초대 행사. 이 시간에 초대된 단 세 명의 고객은 1시간 동안 수십억원짜리 보석을 몸에 직접 걸쳐보며 호화로운 시간을 만끽했다. 

 

4일 한 특급호텔 스위트룸에서 열린 VIP 초대 행사. 이 시간에 초대된 단 세 명의 고객은 1시간 동안 수십억원짜리 보석을

몸에 직접 걸쳐보며 호화로운 시간을 만끽했다. / 송혜진 기자

 

 

이렇게 값비싼 호텔 스위트룸으로 소수의 고객만 불러 제품을 보여주고 또 착용하게 하는 이유가 뭘까? 이 회사 직원은 싱긋 웃으며 "아무래도 매출로 이어지겠죠"라고 했다. "가끔 저희가 고객 몇 분만 따로 홍콩이나 일본, 싱가포르 같은 곳에서 열리는 VIP 파티에 모시고 가면 그 자리에서 바로 제품이 다 팔려나가요. 이런 고가의 보석을 사는 고객 분들이 정작 이걸 걸치고 갈 파티가 없으니 저희가 파티를 열어 드리는 거죠. 이렇게 국내에서 행사를 하면 바로 사시진 않지만, 나중에 다시 매장으로 문의가 옵니다. 천천히 하나씩 팔려나가죠."

"요즘 경기가 안 좋은데 그래도 잘 팔리느냐"고 물어봤다. 직원은 알 수 없는 미소를 짓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아시다시피 이런 하이 주얼리는 경기와 상관이 없습니다. 고객님의 심리가 더 중요한 거죠."
보석 구경을 다 마치고 일어서자 다시 서너 명의 직원이 함께 따라나왔다. "고객님, 먼 걸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들은 허리를 다시 숙여 인사했다. 문을 나서는 순간 희미하게 어지러웠다.    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