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축계의 노벨상인 프리츠커 상 수상자 리처드 마이어가 설계한 게티 센터는 미술가 로버트 어원이 디자인한 조경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왕 떠나는 가족여행이라면 과거 유럽의 귀족들이 그랬던 것처럼 아이들에게 인류 문화의 정수를 직접 보고 느끼게 해주는 것은 어떨까? 아마도 그 어떤 비싼 사교육보다 부모가 자녀에게 할 수 있는 최고의 투자가 될 것이다. 그리고 부모 또한 여행을 통한 배움에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게 되리라는 것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한 면에서 미 서부에 위치한 문화의 중심지 LA는 자녀와 함께 여행하기에 가장 완벽한 도시다. 할리우드와 비벌리 힐스의 화려함은 LA가 가진 다양한 모습 중 일부에 불과하다. 세계 최고의 박물관과 복합 문화 공간들이 다운타운에서 가까운 위치에 분포해 있는데다가 유니버설 스튜디오와 다저스타디움을 비롯, 가족 모두가 함께 즐길 만한 시설도 잘 갖추어져 있다. 또한 UCLA와 서던캘리포니아 대학 같은 명문 대학들을 탐방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학업 성취를 위한 좋은 동기부여의 기회가 될 수 있다.
LA의 수많은 명소 중 가족여행자들에게 특별히 추천하고 싶은 곳은 게티 센터(Getty Center)와 캘리포니아 사이언스 센터(California Science Center)다. 이 두 장소는 가치에 비해 관광객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는 편은 아니지만, 실은 현지인들이 할리우드나 비벌리 힐스보다 훨씬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세계적 수준의 문화 도시 LA의 자존심이다.
- 게티 센터 입구 / 전시실 내부
- 게티 센터 트램
LA 서부의 브렌우드 언덕에 위치한 게티 센터로 가기 위해서는 산 아래 주차장에서 셔틀 트램을 타야 한다. 새하얀 트램에 오르는 순간부터 게티 센터를 떠날 때까지 매 순간이 그리고 눈에 닿는 모든 것들이 그저 예술적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멋있고 아름답다. 건축계의 노벨상인 프리츠커 상 수상자 리처드 마이어가 설계한 웅장한 건물들과 로버트 어윈이 디자인한 조경은 자연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사람들로 하여금 감탄을 연발하게 한다. LA 시내가 시원하게 내려다보이는 전망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남기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놀랍게도 게티 센터의 입장료와 셔틀 트램의 이용료는 전부 무료다.
이 무료 정책은 관람객에게 일절 비용을 받지 말고 누구나 평등하게 예술과 문화를 향유하게 하라는 설립자 장 폴 게티의 유지를 따른 것이다. “우리는 고대의 예술품을 통해 찬란한 문명뿐만 아니라 당대의 예술을 창조한 사람들에 대해 배울 수 있다. 이것은 우리 인식의 지평을 넓혀줄 뿐만 아니라 스스로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데도 크게 이바지할 것”이라고 게티는 말했다. 예술이 지닌 정서적•교육적 가치를 그는 이미 통찰한 것이다. “후손에게 남겨주어야 할 것은 (석유)채굴권이 아닌 부드러움(예술품)”이라는 신조를 굳건히 실천한 게티. 그는 LA의 시민들에게 돈으로 가치를 따질 수 없는 위대한 유산을 남겼다.
- 장폴 게티
이들이 세상을 떠난지 백년 가까이 지난 1987년, '아이리스'는 소더비즈 경매에서 5,390만 달러에 낙찰되어 사상 최고의 미술품 거래 가격을 경신한다. 꽃을 그린 그림으로는 세상에서 가장 귀한 이 걸작은 1990년에 게티재단이 매입하여 게티 센터의 영구 소장품으로서 웨스트 파빌리온에 걸리게 되었다. 고흐 형제의 진한 형제애가 담긴 이 걸작은 오늘날 암스테르담의 고흐 박물관도,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도 아닌 LA의 게티 센터에서 변함없는 향기를 내뿜고 있다.
캘리포니아 사이언스 센터서 만나는 우주왕복선 엔데버
예술과 더불어 가장 높은 수준의 인간 정신인 과학, 이 과학의 진보를 설명하는데 있어 우주개발의 역사만큼 좋은 예는 없다. 1984년 LA 올림픽의 메인 스타디움으로 사용된 경기장 근처에 있는 캘리포니아 사이언스 센터에서 우주를 향한 인간의 꿈과 도전의 궤적을 따라가 보자. 캘리포니아 사이언스 센터는 서부 최대 규모의 과학관으로 특히 우주에 대한 전시가 유명하다. 가장 진귀한 볼거리는 마지막 우주왕복선 엔데버(Endeavour) 호다.
- 캘리포니아 사이언스 센터에서 상영하는 다큐멘터리 필름과 전시된 사진들을 통해 당시 엔데버 호 퍼레이드의 감동을 생생히 느낄 수 있다.
길이 약 37.2미터, 날개 너비 약 23.8미터에 달하는 크기의 엔데버 호는 컬럼비아 호, 챌린저 호, 디스커버리 호 그리고 애틀랜티스 호에 이은 NASA의 마지막 유인 우주왕복선이다. 5대 중 컬럼비아 호와 챌린저 호가 사고로 소실되었기 때문에 현재 단 3대의 기체만이 남아 있다. 이 우주왕복선들은 모두 LA의 한 공장에서 만들어졌다. 디스커버리 호가 워싱턴 D.C.의 스미소니언 우주 박물관에 있고 애틀랜티스 호가 플로리다에 있는 케네디 우주 센터에 전시되어 있으니 엔데버 호만큼은 고향에 돌아오게끔 하고 싶었던 것이 시민들의 바람이었다. 그들은 자발적으로 기금을 모으고 체계적으로 귀환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LA 시민의 바람대로 고향으로 돌아온 엔데버 호는 캘리포니아 사이언스 센터의 거대한 전시관을 지키고 있다.
거대한 연료 구름을 내뿜으며 우주를 향해 솟아오르던 우주왕복선의 발사 장면을 TV에서 보며 우주비행사의 꿈을 꾸던 어른들은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감격에 젖고 아이들은 머나먼 우주를 향해 발동하는 호기심에 맑은 눈망울을 반짝인다. 뜨거운 대기권을 오가느라 새겨진 수많은 상처 자국들을 간직한 채 오늘도 엔데버 호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우주를 꿈꾸게 만든다. 트래블 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