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을 사로잡은 남해… 지중해를 닮은 풍경, 더 매력있게
- 리아스식 해안이 그 자체로 그림을 그리는 남해군이 유명 건축가의 건축물로 예술성이 진해졌다. 사진은 사우스케이프오너스 클럽의 ‘열린 로비’에서 바라보는 남해 바다와 하늘. 조민석 건축가의 작품으로, 톰 프라이스의 의자가 오브제로 놓여있다.
"까꾸마기(오르막) 갱사길 댕기려고 을마나 진데, 농사 뭐이 자랑거리가 되겠는가 요게. 무어 좋냐고. 사람들 많이 와서 좋지.
마늘 시금치 저 모티(모퉁이)에 농사 쪼매 하능데 좀 팔아주니 조치. 하모. 할무이들 용돈 해서 조코, 하모."
지난 5일 찾은 경상남도 남해 다랭이 마을. 꽃무늬 새 '몸뻬'를 말마따나 쫙 '빼입은' 어르신이 비탈길을 찬찬히 내려오며
"그런 거 엄다"며 수줍게 손사래다. 방금 전 관광버스 두 대가 뒤태를 씰룩이며 마을을 떠나는 광경을 보고,
또 당최 음계를 알 수 없이 마을 한가운데에 퍼지는 '동구 밖 과수원 길~'의 '뽕짝 버전'이 수없이 도돌이표를 그리는 걸 듣고
"불편하지 않으냐"는 물음에 "사람들이 오잖소"라 웃는다. 너른 바다와 은빛 햇살이 빚어내는 따스한 풍족함…. 소담스럽게
펼쳐진 수풀과 능선으로 둘러싸인 남해는 마치 어머니 자궁처럼 그 안에 들어온 사람을 편안히 품어내고 있었다.
- 켄 민성진 건축가가 디자인한 남해 힐튼 풀빌라에서 즐기는 바비큐. 4인 기준 28만원. 방이 마치 수영장 위에 떠있는 듯한 구조적 재미가 있다.
그래서일까. 남해의 품을 잊지 못한 사람들이 하나둘씩 흔적을 남기고 있다. 건축물을 통해서다. 제주도가 서귀포 관광단지 이상의
코스로 '대접'받을 때와 비슷하다.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제주에 본태박물관·지니어스 로사이·글라스하우스 등을 선보이고, 이타미 준이 포도호텔·, 비오토피아·방주교회 등을 내놓는가 하면 조민석 (매스스터디) 건축가의 '스페이스 닷 원 (다음 본사)' 등 눈을 호강시키는 작품이 줄 지어 들어서면서 '제주 건축 기행'이 붐을 일으키기도 했다. 최근 남해도 그렇다. 지난 2006년 켄 민성진(SKM 건축사무소) 소장의 힐튼 남해 골프 & 스파 리조트가 국내 최고급 리조트를 표방하며 들어선 뒤 '남해'라는 지형을 각인시키더니 2013년 조민석·조병수 건축가의 사우스케이프오너스(최근 사우스케이프스파&스위트로 변경) 클럽이 고급 리조트의 획을 그었다. 그 외에도 양수인·서승모 등 평단과 대중에게 두루 인정받는 젊은 건축가의 작품이 남해에 안착했다. 또 크고 작은 활동을 하는 디자이너와 건축가들이 리아스식 해안을 따라 각종 펜션을 줄줄이 선보였다. 독특하게 조성된 다랑이논이나 독일 마을, 상주 은모래 해변뿐만 아니라 최근엔 이들 건축과 그 인테리어를 즐기려는 여행객도 적지 않다.
혹자는 '건축주'의 결정에 따른 것 아니냐고 하지만 결국 건축주도, 건축가도 사로잡은 건 결국 남해의 힘이다.
일부는 남해의 눈부신 해안과 해안 구릉을 따라 다랑이논이 구불구불 춤을 추는 남해의 풍경이 지중해의 어디와 중첩된다고도 한다.
산기슭에 계단처럼 얌전하게 모여 있는 모습이 마치 이탈리아 남부 휴양도시 포지타노나 북서부 리비에라 해안의 친퀘테레의
아름다움 못지않다는 것이다. 겨울에도 따스한 수온이 더욱 도시를 포근하게 만든다고.
남해의 매력은 단지 지형에 그치는 것 같지는 않다. 3년 전 '남해에서 가장 아름다운 집'으로 꼽힌 '소솔집'을 설계한
양수인 소장의 말을 들어보자. "해안도로의 비경은 단순히 언어로 잇는다는 게 어렵게 느껴질 정도죠.
경사면에 펼쳐진 다랑이논의 흔적은 무언가 안기고프게 만들기도 하고요. 정말 기억에 남았던 순간은요, 준공 파티를 하려고
20~30명 정도가 서울서 내려갔을 때였어요. 밑에 집 주인어른이 막 항구에서 잡은 전어라며 세숫대야 가득, 양동이 넘치게
가져다 주시는 거예요. 때 되면 항구에서 배 들어온다고 한 상 차려 주시고. 그렇게 푸근한 거예요." 조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