釜山 * Korea

겨울 바다 열혈 서퍼(surfer)들, 송정(부산 해운대구 해수욕장)으로 간다

yellowday 2014. 11. 19. 10:32

입력 : 2014.11.19 05:44

[국내 '서핑 메카'로 뜨는 송정해수욕장]

도심서 차로 10~20분 거리… 사계절 파도 많고 물 따뜻
주말이면 서퍼 수백명 북적… 새벽파도 탄 뒤 출근하기도

지난 8일 오후 2시쯤 부산 해운대구 송정해수욕장. 늦가을 햇살을 받은 물결이 물고기떼 비늘처럼 반짝였다. 햇살이 아직 온기를 품고 있긴 해도 바람은 쌀쌀했다. 물놀이 철은 진작 끝난 듯한데 바닷속에 40~50명이 들어가 있었다. 파랑, 노랑, 주황, 하양…. 다양한 색깔의 서핑보드를 띄워놓고 그 위에 앉아 파도를 기다리고 있었다. 보드 위에 엎드려 팔을 노처럼 젓는 모습도 보였다.

김사비나(25·부산 남구)씨는 "바다에 둥둥 떠 있다 밀려오는 파도에 몸을 실으면 모든 고민과 잡념이 사라지고 바다와 하나 되는 느낌"이라며 "겨울에도 서핑을 즐기려고 성능 좋은 서핑 옷을 새로 샀다"고 했다.

송정해수욕장이 '서핑 메카'로 뜨고 있다. 겨울 초입인 요즘도 파도가 좋은 주말이면 수백명의 '서퍼'가 찾아온다.

지난 8일 부산 송정해수욕장을 찾은 사람들이 서핑을 즐기고 있다(위). 같은 날 서핑보드 위에 올라탄 남녀가 손을 잡고 파도를 타고 있다(아래). 최근 서핑의 메카로 떠오른 송정해수욕장엔 파도가 좀 있는 주말이면 서핑객이 1000명까지 모인다. /김종호 기자

문을 연 지 18년 된 송정서핑학교 서미희(49) 대표는 "해수욕 철이 끝난 9~10월 주말, 파도가 좀 있는 날이면 1000명 이상의 서퍼가 북적댄다"며 "매년 조금씩 늘던 서핑객이 최근 2~3년 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했다.

송정서핑학교, 미노스서프, 몽키서프, 베어브라더 서프숍, 서프짐, 가비오타, 엉클, 데이서프숍…. 송정해수욕장엔 서핑 교습·장비 대여 업소가 10여곳 성업 중이다. 2년 전만 해도 송정서핑학교 등 2~3곳밖에 없었으나 최근 갑자기 확 늘었다. 서핑객 증가에 따른 현상이다. 해안도로변 노상 주차장에서 이 가게들의 '보드 운반 트레일러'를 쉽게 볼 수 있는 것도 이 해수욕장의 특징이다. 요즘도 가게 자리를 보러 다니는 사람들이 있어 내년엔 서프숍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기존의 서핑 명소로는 제주도 중문, 강원도 양양 등이 꼽혀 왔다. 요즘 들어 송정이 '서핑 메카'로 부상하는 것은 장점이 더 많기 때문이라 한다. 송정은 우선 사계절 파도가 많다. 남쪽이어서 수온이 따뜻하다. 물도 깨끗하다. 게다가 해운대·광안리 등 도심이 차로 10~20분 지척이다. 맛집과 멋진 카페, 쇼핑몰 등 다양한 즐길거리도 주변에 즐비하다. 민경식(32) 서프짐 대표는 "중문은 여름에 파도가 좋지만 큰맘 먹고 여행 삼아 찾아야 하는 곳이고, 양양은 겨울에 파도가 좋지만 사람들이 여름휴가 철에 주로 몰리고 있다"며 "반면 송정은 수온과 도심 접근성 면에서 국내 최고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했다.

도심과 가깝다는 송정해수욕장의 특징은 늦봄~초가을 사이에 빛을 발한다. 출근 전 새벽이나 퇴근 후 해 지기 전 후다닥 서핑을 즐기고 가는 '열혈 서퍼'가 적지 않다. 주말뿐 아니라 평일에도 서핑을 하는 이가 많은 것이다. 현지 마니아들 사이에선 송정을 '송포니아(송정+캘리포니아 합성 조어)'라 부르기도 한다. 팝송 '서핑USA'의 한국판 '서핑 BSB(부산 송정해수욕장)'쯤 되는 셈이다.

15년 차 서퍼 서장현(37)씨는 "봄~가을 파도 좋은 날이면 아침 7시쯤 도착해 한 시간가량 서핑을 즐기고 출근한다"며 "아마 일상 속에서 '라이프 스타일'로 서핑을 즐길 수 있는 장소는 송정이 국내에서 유일한 곳일 것"이라고 말했다.  조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