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귀
짝귀다. 등산용 모자를 얼굴까지 푹 내려 쓴 버스 속 50대 중반 남자. 없는 한쪽 귀를 가리려 눌러 쓴 기색이 역력하다. 자꾸 눈길이 가는 건 어릴 적 기억 때문이다. 그때 동네 아저씨도 그랬다. 짝귀. 낫을 들고 장난하다 실수로 한쪽 귀를 잃었다는데. 집 나간 아내를 못 잊어 하다가 화풀이 자해를 했다는 말도 있었고......... 도통 말이 없던 짝귀 아저씨. 아저씨는 가는 귀를 먹어 잘 듣지도 못했다. '벙어리 아저씨. 벙어리 아저씨.' 아저씨 뒤를 따라 다니며 손뼉을 치고 놀려대던 철부지 녀석들. 나도 그랬었는데 악동들의 놀림이 얼마나 야속하고 성가셨을까. 반복되는 조롱과 놀림에도 도무지 성을 내지 않던 짝귀 아저씨. 아니 초탈했던 것일까. 힐끗힐끗 쳐다보는 시선을 알아챘는지 짝귀 남자가 슬그머니 자리를 피한다. 미안하다. 쳐다보지 말았어야 했는데. 어릴적 기억이 자꾸 얹히는 통에 그만 폐를 끼치고 말았다. 사라진 짝귀 아저씨. 사과라도 할것을. 버스를 내리며 한쪽 귀를 귓바퀴를 꽉 눌러 본다. 아주 불편하다.
그들만의 공통점
국회의원과 털; 뽑히면 뽑힐수록 괴롭다. 군대와 교도소; 머리 깎고 들어 간다. 사람과 짐승; 매일 매일 먹고 싼다. 여성의 순결과 정치인의 공약; 지키고 안지키고는 자신의 의지에 달려 있다. 주부대학과 노인대학 학생; 대학가요제에 참가할 수 없다. 경찰관과 낚시꾼; 일단 걸리면 잡으려 하지만 놓칠 때도 수없이 많다. 애인과 승용차; 처음엔 애지중지 하다 싫증나면 과감하게 바꾼다.
맥주병과 소주병
한 정신병원에 환자가 있었다. 그 환자는 부인을 맥주병이라고 불렀다. 의사는 부인을 부인이라고 부를 수 있어야만 퇴원할 수 있다고 했다. 한 달 후에 부인을 부인이라고 불렀다. 그래서 퇴원하려고 짐을 싸고 있는데 침대 옆 탁자에 놓인 소주병을 보고 말했다. "처제가 여기를 어떻게 알고 왔어?"
가장 확실한 예언
많은 사람들이 전쟁이 언제 끝날지 몰라 매우 불안해 하고 있었다. 그런데 한 정치가가 전쟁이 두 달 안으로 종결될 것이라고 큰소리를 치고 다니는 것이었다. 기자가 그를 찾아 인터뷰를 했다. 기자; " 많은 군사전문가들도, 심지어 점쟁이들까지도 예측하지 못하고 있는데, 어떻게 그런 확신을 하실 수 있는 거죠?" 정치가; "이번 전쟁에 우리 둘째 아들놈이 참가했기 때문입니다." 기자; "네?" 정치가; "그녀석이 몸을 담으면 직장이건 뭐건 두 달 이상 넘기는 꼴을 내가 못봤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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