藝文史 展示室

日帝가 왜곡한 '선녀와 나무꾼'

yellowday 2014. 10. 27. 06:22

입력 : 2014.10.27 02:57

-'동양을 수집하다'展, 아시아 문화재 전시
동양 유일 문명국이라 여긴 일본 '승자' 시선으로 1600여건 수집
韓·日 공통적인 날개옷 설화 그려… 친연성 강조, 영원한 식민통치 기원

'동양(東洋)을 수집하다'.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28일 개막하는 특별전은 제목부터 의미심장하다. 이태희 학예연구사는 "'동양'이란 단어는 일반적으로 동아시아, 또는 아시아 전역을 가리키지만 19세기 이전까지만 해도 '(중국을 기준으로) 동쪽의 바다'라는 뜻이었다"며 "요즘의 개념은 근대 일본의 산물"이라고 했다. 근대화에 성공한 일본은 스스로 '동양 유일의 문명국'이라 생각했고, '동양'을 통해 자신들의 전통이 서구와 동일한 위치에 자리매김되기를 원했다.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은 조선총독부박물관, 이왕가박물관·미술관이 수집한 문화재를 소장하고 있다. 그중 우리나라를 제외한 아시아 지역의 문화재는 1600여건. 중국 한대(漢代) 고분 출토품부터 근대 일본미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조선총독부 청사 중앙홀 북쪽 천장에 걸려 있던 반원형 대형 벽화.
조선총독부 청사 중앙홀 북쪽 천장에 걸려 있던 반원형 대형 벽화. 화가 와다 산조는 당시 인터뷰에서“총독부 청사와 함께 천 년이 가도 변하지 않도록 마(麻) 재질의 캔버스 위에 일본의 전통 종이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1996년 조선총독부 청사 철거 당시, 국립중앙박물관은 이 벽화를 해체해 수장고에 보관해왔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이번 전시는 일제강점기에 이 유물들이 어떤 맥락에서 수집·전시됐는지를 살펴봄으로써 우리에게 '제시됐던' 아시아의 모습을 돌아보고자 마련됐다. 그들의 문화재 수집품을 통해 일본이 어떻게 동양이라는 관념을 만들어갔는지 추적한다.

전시장에는 "이런 게 우리 국립박물관에 있었나" 싶은 유물들이 대거 출품됐다. 대리석으로 만든 북제(北齊)시대 반가사유상, 이왕가박물관이 소장했던 북위(北魏)시대 불비상(佛碑像), 당시 세계적 골동품 회사였던 일본 야마나카(山中)상회의 주인 야마나카 사다지로(山中定次郞·1866~1936)가 기증한 '수정 감입 네 잎 청동장식' 등 200여점이 나왔다.

조선총독부박물관이 중국 베이징(北京), 만주, 일본 규슈(九州) 등지에서 수집한 문화재로 전시가 시작된다. 조선총독부박물관은 조선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는 한편 중국, 인도, 중앙아시아, 그리고 고대 일본 유물을 참고품으로 수집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1918년엔 중국 현지에서 직접 진열품을 수집하고, 1923년에는 후쿠오카에 거주하는 일본인에게서 120여건의 고대 일본 유물을 구입했다. 박물관은 "근대 일본이 '승자'의 시선으로 아시아 각국의 역사를 해석하고 식민지 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해 유물을 수집했음을 알 수 있다"고 했다.


	북제시대 대리석 반가사유상. 높이 44.2㎝.
북제시대 대리석 반가사유상. 높이 44.2㎝.

오타니 고즈이(大谷光瑞·1876~1948)가 파견한 탐험대가 수집한 중앙아시아 투루판 문화재(일명 오타니 컬렉션)도 전시장에 나왔다. 1916년 조선총독부박물관이 일본의 광산재벌 구하라 후사노스케(久原房之助·1869~1965)로부터 기증받은 유물들이다. 투루판 베제클리크 석굴 제18굴의 회랑을 장식했던 벽화 '천불도(千佛圖)', 얼굴에 하얀 분을 바르고 말을 타고 있는 '기마여인(騎馬女人)' 도용 등을 볼 수 있다. 전시 후반부에는 이왕가박물관에서 수집한 중국 불교조각과 일본 근대미술품을 두루 소개한다.

특히 옛 조선총독부 건물 중앙홀 천장에 걸려 있던 대형 벽화가 수장고 밖으로 나와 눈길을 끈다. 일본 근대를 대표하는 화가인 와다 산조(和田三造·1883~1967)가 그린 반원형 벽화다. 금강산을 배경으로 평화로운 낙원을 묘사했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고대 한국과 일본의 친연성을 강조하면서 영구적 식민통치를 기원하는 의미가 담겼다. 화가는 당시 매일신보와의 인터뷰에서 "평화(平和)와 선정(善政)을 상징하기 위해 조선과 일본이 공통으로 지니고 있는 날개옷(선녀와 나무꾼) 설화를 소재로 했다"고 말했다.

북제시대 대리석 반가사유상은 현재 박물관이 소장한 중국 불교조각 가운데 대표작으로 꼽힌다. 직사각형의 대좌 중앙에 있는 반가사유상의 얼굴과 신체가 간결하면서도 균형감 있다.   조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