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09.24 02:57 | 수정 : 2014.09.24 10:24
[충남 공주 공산城에서 백제 멸망 당시 유물 다량 발굴]
- 완전한 형태의 대형 목곽고
씨앗·곡물류·어패류를 비롯, 석제 추·나무망치 등도 출토
새 형태의 토기·철기도 나와 "백제 박물관 따로 꾸밀 정도"
- 羅唐연합군과 전쟁 흔적 생생히
저수시설서 철제 갑옷·馬甲… 전쟁 직전 장수들 결의 다지려 의식용으로 묻었을 것 추정
완전한 형태를 갖춘 철제 갑옷과 옻칠이 된 마갑(馬甲·말의 갑옷), 큰 칼과 장식용 칼, 많은 화살촉과 부서진 두개골….
백제 멸망 때 의자왕이 항복한 곳으로 전해지는 충남 공주 공산성에서 당시 나당 연합군과 벌인 전쟁 흔적을 생생히 보여주는 유물이 1400년 만에 대거 쏟아져 나왔다. 공주대박물관(관장 이남석)은 공산성 7차 발굴 조사에서 백제 시대의 나무틀 저장 시설인 대형 목곽고(木槨庫)가 최초로 확인됐고, 백제의 마지막 임금인 의자왕(재위 641~660) 때 나당 연합군과 치른 전쟁 상황을 추측할 수 있는 유물을 다량 발굴했다고 23일 밝혔다.
◇백제 멸망기 전쟁 흔적 고스란히
이곳 저수 시설에서는 지난 2011년에 서기 645년을 가리키는 '貞觀十九年(정관19년)'이라는 글자가 적힌 옻칠 갑옷 1점과 마갑 등이 수습돼 주목받았다. 그런데 3년 만에 바로 옆에서 또 다른 갑옷 1점과 마갑, 철제 마면주(馬面胄·말 얼굴 부위를 감싸는 도구), 마탁(馬鐸·말갖춤에 매다는 방울), 큰 칼과 장식 칼 등 한 세트가 발굴된 것이다. 글자가 적힌 옻칠 갑옷 조각도 출토됐다. '叅軍事(참군사)' '○作陪戎副(○작배융부)' '○人二行左(○인이행좌)' '近趙○(근조○)' 등 20여 글자가 붉은색(朱漆·주칠)으로 또렷이 적혀 있다(○은 알아볼 수 없는 글자).
이남석 관장은 "2011년과 이번에 두 갑옷 세트가 같은 층위에서 출토된 것으로 보아 전쟁 직전 백제 장수들이 결의를 다지고자 의식용으로 묻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총 60~70자에 해당하는 명문의 정확한 판독이 이뤄지면 기록에 없는 백제 멸망 역사가 드러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주변 건물지 대부분이 화재로 폐기된 정황을 볼 때 660년을 전후한 백제 멸망기에 나당 연합군과의 전쟁이 공산성 안에서 벌어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양옆이 깨진 흔적이 보이는 두개골도 출토돼 주목된다. 이현숙 학예연구사는 "DNA 분석 등을 통해 성별과 연령대, 사망 원인 등을 확인할 예정"이라고 했다. 저수 시설에서는 또 백제 유적지에선 처음으로 깃대꽂이(말안장 뒤쪽에 세워 기를 꽂는 용도) 실물이 발견됐다.
◇1400년 전 백제 시대의 생생한 타임캡슐
형태가 완전한 대형 목곽고도 학계가 주목하는 중요 유물이다. 가로 3.2m, 세로 3.5m, 깊이 2.6m. 너비 20~30㎝ 안팎의 판재를 기둥에 맞춰 정교하게 조성했다. 앞서 발굴된 부여 사비도성, 대전 월평동 산성의 백제 목곽고가 심하게 훼손된 것에 비해 상부 구조까지 확인할 수 있는 첫 사례라 의미가 크다.
목곽고 내부에서는 복숭아씨·박씨와 곡물·어패류 등 식생활 재료를 비롯해 저울용 석제 추, 칠기, 나무망치 등 생활용품이 쏟아져 나왔다. 이남석 관장은 "백제 박물관을 별도로 꾸며도 될 정도의 분량이고, 그동안 보지 못했던 형태의 토기·철기 등이 많이 나왔다. 백제의 생활·문화상을 풍부하게 담고 있는 타임캡슐"이라고 했다. 조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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