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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 말기 60代 '금연운동'… 그보다 더 절실할 순 없다

yellowday 2011. 4. 19. 21:48

장근수씨 "4년째 매일 등산하며 흡연 위험성 알려"

3일 오후 눈이 쌓인 경기도 부천시 원미산 중턱. 노란 현수막 앞에 등산복 차림의 폐암 말기 환자 장근수(67)씨가 서 있다. 현수막에는 '당신이 내뿜는 담배연기는 자신은 물론 주위 여러 사람의 모든 암, 특히 폐암을 유발하는 결정적 원인이 됩니다'고 적혀 있다. 그가 멘 배낭에도 같은 글이 인쇄된 노란 천이 붙어 있다. 그는 60대 남성 등산객에게 암에 걸려 까맣게 변한 폐 사진을 보여주며 "담배 피우면 저처럼 폐가 이렇게 됩니다"라고 쇳소리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장씨는 2008년 5월부터 매일 오후 2~3시간씩 원미산을 오르내리며 금연운동을 했다. "돌아가신 코미디언
이주일씨가 2002년 폐암 선고를 받고 TV에 나와 홍보해서 금연 열풍이 불었던 적이 있잖아요. 저도 남은 인생을 흡연의 위험성을 알리며 지내고 싶어요."

부천 원미산에서 폐암 환자 장근수씨(오른쪽)가 등산객에게 흡연의 위험성을 설명하고 있다. /김강한 기자

장씨는 1965년 군에 입대해 담배를 배운 뒤 40년 넘게 피웠다. 힘들 때 피우는 담배 맛을 떼기 어려웠다. 건설회사에서 일하던 그는 1985년 리비아에 갈 때 공항에서 담배 100보루를 샀다. 그는 "시중에서 500원인 솔 담배가 면세점에선 220원밖에 안 해 냉큼 잔뜩 샀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1992년 작은 건설사를 운영했지만 2000년 문을 닫았다. 그는 "경영이 너무 어려워서 스트레스 때문에 하루 3~4갑씩 담배를 피웠다"고 했다. 회사를 정리한 그는 처남이 사는
미국 LA로 떠났다. 한인 수퍼마켓에서 경비로 일하던 장씨는 감기 증상이 있어 2007년 5월 병원에 갔다. 한 달 뒤 폐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길어야 6개월 살 것이라고 했다. 그는 "왼쪽 가슴을 바늘로 콕콕 찌르는 듯 통증이 심해서 의사에게 '왼쪽 가슴을 톱으로 도려내 달라'고 빌기도 했다"고 했다.

그해 여름 귀국한 장씨는 1년가량
국립암센터에서 16번의 항암치료를 받았다. "머리카락이 빠지고 메스꺼운 것은 둘째치고, 매일 악몽에 시달리는 게 가장 괴로웠어요. 밤마다 폐암으로 죽은 매형이 나타나 내 목을 졸랐어요." 그는 "그런 고통을 겪고서야 내가 몸 안으로 독극물(담배)을 부어왔음을 깨달았다"고 했다. 항암치료 후 다행히 암이 더 이상 번지지는 않았다. 통증은 꽤 사라졌지만, 항상 목도리로 목을 따뜻하게 감싸야만 소리를 낼 수 있다.

장씨는 흡연 중·고생들의 금연을 위해 '금연 통장'을 만들어 줄 생각이다. "금연을 결심한 학생들에게 첫 달 10만원은 내가 주고, 다음 달부터는 부모가 10만원씩 넣어 주면 담뱃값으로 목돈을 만들 수 있잖아요. 청소년들이 담배만 끊는다면 돈 같은 건 아깝지 않아요."

아침 첫 담배, 몸에 가장 해로워                         yellowday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