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llow글 日常

쏙(갯가재)잡기 체험 - 소녀시절의 추억 / yellowday

yellowday 2014. 6. 24. 02:23

 

 

 

내가 다닌 중학교는  

한적하고 아늑한 시골 어느 바닷가에 자리잡고 있었다.

 

보리가 누럿누럿 익어갈 무렵이면 알이 꽉찬

쏙들이 한창 살이올라 자태를 뽐내고 있었고...

 

점심시간이면 다른 친구들은 도시락을 까 먹느라 정신이 없는데도

나는 아예 배따윈 고픈줄도 모르고

점심밥보단 쏙잡는게 더 재미가 있었기에

도시락통엔 밥대신 언제나 된장이 들어 있었다.

쏙잡는 붓은 우리집 便犬털을 가위로 잘라 길다란 대꼬챙이에 매달아

실로 찬찬 매어 대여섯개를 준비해놓고

호미는 학교 운동장 끄트머리 축대속에 감추어 두었었다.

 

이윽고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리면 불이나케 갯벌로 달려 내려갔다.

그것도 조금때(음력 8일과 23일)를 피해 물이 많이 나가는 시기라야 가능했다.

 

쏙구멍이 많은 곳을 골라 호미로 갯벌을 긁어 둥글게 뚝을 만들어 놓고는

된장을 풀어 쏙밭에 뿌려 주고는 붓으로 살살 유인을 한다.

그럴라치면 요놈들이 붓을 따라 구멍위로 다리를 쏘옥 내밀어 준다.

그 때를 놓칠세라 두 다리를 낚아채듯 잡아 올린다.

(이 때 쏙들은 갑자기 변한 환경에 놀라 적이 나타난줄 알고

공격태세를 갖춘다는게 그만 사람손에 잡히고 만다는...)

 

정신없이 잡다보면 어느새 밀물이 발아래 질퍽인다.

부랴부랴 몇마리 안되는 쏙을 도시락에 챙겨 담고서는 바닷물에 쫓기다시피 개펄을 탈출한다.

손과 발은 뻘투성이가 되어도 좋았다.

 

얼마나 재미있던 나의 갯벌체험이었던가!

나만이 아는 나의 추억이 되었다.

지금도 갯벌만 보면 그 때 생각이 간절해 맨발로 뛰어 들어가고싶은 충동이 인다.

 

내일은 자갈치에 나가 몇마리 사와서라도 그 맛을 음미해봐야겠다.

쏙의 연하고 고소한 특유의 맛이 벌써 코끝에 전해지는것 같다. 으음!

 

                                     14'6/24 yellow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