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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학의 필독서가 된 한국 고전, 무엇인 줄 아시나요? - 우리 고전 英譯하면 누가 보냐고? 美대학선 징비록이 필독서인걸요

yellowday 2014. 5. 14. 09:24

 

입력 : 2014.05.14 03:02

최병현 한국고전번역센터 초대원장, 中·日보다 100년 뒤진 한국고전번역
혼자 하다 여럿이 하니 속도 붙어… 내달, 하버드大서 '태조실록' 출간


	“내 머릿속에는 번역 일정이 빼곡히 들어차 있어요. 하지만 지금 말하고 싶지는 않아요.”최병현 원장은 “말만 거창하게 늘어놓기에 앞서, 후학들과 함께 번역물로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내 머릿속에는 번역 일정이 빼곡히 들어차 있어요. 하지만 지금 말하고 싶지는 않아요.”최병현 원장은 “말만 거창하게 늘어놓기에 앞서, 후학들과 함께 번역물로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성형주 기자
"지금까지는 적도 없이 싸우고 물도 없이 헤엄치는 격이었지만, 앞으로는 고전 번역 운동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오늘(14일)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부설 한국고전번역센터가 문을 연다. 우리 고전의 세계화에 첫발을 내딛는 것이다. 센터장에는 우리 고전 영역(英譯)의 개척자인 최병현(64) 호남대 영문과 교수가 영입됐다.

최 교수는 2003년 임진왜란의 원인과 국난 극복 과정을 기술한 유성룡의 '징비록(懲毖錄)'(국보 제132호·The book of Corrections), 2010년에는 한국 실학을 집대성한 정약용의 '목민심서(牧民心書)'(Admonitions on Governing the People)를 미국에서 출판했다. 중국과 일본 고전에 비해 100년 이상 뒤진 우리 고전의 영역(英譯) 분야에서 분투해왔다.

한문으로 된 고전을 한글로 번역하거나, 한국 현대문학을 영어로 번역하는 기관은 있지만 우리 고전을 영어 등 외국어로 번역하겠다고 나선 곳은 한국고전번역센터가 처음이다. 최 교수의 기대는 그만큼 크다. 그는 "조선왕조실록 1893권 중 태조실록 15권을 번역하는 데 2년 넘게 걸렸다"면서 "승정원일기, 일성록 같은 무수한 우리 고전을 세계에 알려야 하는데 혼자 힘으로는 역부족"이라고 했다.

최 교수는 "그동안 나 혼자 끙끙대며 봤던 것을 크로스체크해 가며 보고 더 다양한 용례를 찾아 딱 맞는 말을 찾아내는 작업이 재미있다"며 "10년 넘게 외롭게 해온 작업을 동료들과 하니 더 깊이 있는 연구가 가능하고 속도도 빨라졌다"고 했다. 실제로 혼자 번역하면 2년은 걸릴 것으로 예상했던 박제가의 '북학의(北學議)'는 오는 10월이면 마무리하고 내년 초에는 출판할 수 있을 전망이다. 최 교수는 센터 개소가 본격 논의된 지난 3월부터 매주 서울로 가서 동료 교수, 연구원 5명과 이 책의 번역 작업을 해왔다.

최 교수는 징비록 번역 당시 '누가 우리 고전을 출판해줄까' 걱정했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 동양학·한국학을 가르치는 미국 대학에서는 징비록을 '반드시 읽어야 할 책'으로 지정해놓고 있다. 다음 달에는 그가 번역한 '태조실록'이 미국 하버드대 출판부를 통해 출간된다. 최 원장은 호남대에서 내년 정년 퇴임할 때까지 겸임으로 근무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