貴寶物 味飮食

목포에 가면 낙지가 있다.

yellowday 2014. 4. 29. 01:36

낙지를 나무젓가락에 둘둘 말아 석쇠에 구워내는 낙지호롱이

낙지를 나무젓가락에 둘둘 말아 석쇠에 구워내는 낙지호롱이

기절시킨 낙지를 칼로 '탕탕탕' 다져서 내오는 낙지 탕탕이

기절시킨 낙지를 칼로 '탕탕탕' 다져서 내오는 낙지 탕탕이

시원한 국물이 일품인 연포탕

시원한 국물이 일품인 연포탕

<1박2일>에 나와서 더욱 유명해진 신안뻘낙지식당

<1박2일>에 나와서 더욱 유명해진 신안뻘낙지식당

목포의 오미를 찾아서 

목포의 역사가 그러하듯 남도의 개미는 파내고 또 파내도 끝이 없는 깊은 맛이다. 그야말로 개펄 같다. 오죽하면 남도의 풍류마저 밥상에서 나온다고 하겠나. '가을 전어회를 못 먹으면 한 겨우내 가슴 시리다', '겨울 숭어 앉았다가 나간 자리 뻘만 훔쳐 먹어도 달다'는 남도식 식생활의 끝은 과연 어디일까.
 
●목포 낙지의 힘

낙지는 한국인이 사랑하는 해산물이다. 쓰러진 소도 일으켜 세운다는 대표적인 스태미너 식품이자 날로 먹어도, 볶아 먹어도, 탕으로 끊여 먹어도 다 맛있다. 보통 발이 가늘고 작은 세발낙지를 최고로 치지만 사실 낙지는 몸집이 커도, 작아도 다 맛있다. 낙지의 식감은 뻘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데 신안군의 옥도 개펄에서 난 뻘낙지를 최고로 친다. 목포세발낙지로 알려진 어린 낙지들은 대부분 신안군에서 잡아 온 것이다. 신안군에서는 연간 30만접(1접 20마리)을 잡는데, 지난해에는 생산량이 크게 줄어 어민들의 고민이 컸다. 목포와 부안 등지에서 이뤄지는 통발어선의 남획이 원인이기도 했단다. 목포는 항구라서 개펄이 없다.

서울에서 비싼 돈을 주고도 냉동낙지만 먹어 온 입에게 목포 낙지 식감은 생소하기까지 했다. 야들야들하면서 물컹물컹한 것이, 그동안 알던 쫄깃한 낙지가 아니었다. 낙지를 소금물에 넣어 기절시킨 뒤 칼로 탕탕탕 다져 나온다고 해서 '탕탕이'라고 불리는 산낙지는 단연 낙지요리의 하이라이트. <1박2일> 프로그램에서 본 탕탕이와 좀 다르다 했더니 계란 노른자가 빠지고 참기름과 깨소금만 듬뿍 뿌려져 나왔다. 날계란은 촬영을 위한 연출이었다는 것이 '신안뻘낙지식당' 아주머니의 설명. 씹었는가 하면 미끄러지듯 넘어가 애간장을 녹이는 그런 맛이다. 남도 음식은 참기름을 과하게 사용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산낙지에서 참기름은 맛의 윤활유 역할을 한다. 어쨌든 탕탕이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참기름 냄새만 남았다. 나무젓가락에 돌돌 말아 석쇠에 구운 낙지호롱은 구운 티도 안 나게 매끈하고 매운 양념이지만 고소함을 놓치지 않는다. 연포탕의 시원한 국물은 해장에도 좋지만 안주로도 최고다. 그리하여 낙지는 술을 부르고, 술은 다시 낙지를 부른다.

신안뻘낙지식당 | 주소 전남 목포시 호남동 409  문의 061-243-8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