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03.27 03:01
다섯 살부터 춤 췄던 '천재' 배정혜… 칠순 맞아 제자들과 함께 기념 공연
"通達하려면 전통부터 공부해야"
"열한 살 꼬마가 시공관(市公館·현 명동예술극장)에서 혼자 춤을 춘다고? 관객이 어디 들겠나!" 1955년, 무용 소녀 배숙자(裵淑子)의 단독 공연 계획은 극장장의 반대로 벽에 부딪혔다. '한번 보기나 하자'며 연 시연회에서 유치진·현제명 같은 거물급 명사들의 입이 떡 벌어졌다. 입소문이 빠르게 돌았다. 그해 7월 2일 열린 '리(승만) 대통령 각하 만수무강 경축 공연―천재 소녀무희 무용발표회'를 보기 위해 관객들은 명동성당까지 줄을 섰다.
소녀 배숙자는 이제 배정혜(裵丁慧)란 이름으로 칠순이 됐다. 그는 지금까지의 춤 인생을 정리하는 기념 공연 '춤, 70Years 배정혜'를 이번 주말 연다. '연화경승무' '여인산조'를 비롯한 그의 안무작 22편을 태혜신 경희대 무용과 교수 등 제자 22명이 하나씩 맡아 공연하는 4시간 분량의 공연이다.
소녀 배숙자는 이제 배정혜(裵丁慧)란 이름으로 칠순이 됐다. 그는 지금까지의 춤 인생을 정리하는 기념 공연 '춤, 70Years 배정혜'를 이번 주말 연다. '연화경승무' '여인산조'를 비롯한 그의 안무작 22편을 태혜신 경희대 무용과 교수 등 제자 22명이 하나씩 맡아 공연하는 4시간 분량의 공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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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서울 능동 리을무용단 연습실에서 배정혜 전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이 제자들과 함께‘춤, 70Years 배정혜’공연을 위한 연습을 하고 있다. /오종찬 기자
춤에 입문한 것은 다섯 살 때의 일이었다. 삼촌 배명균이 손을 꼭 잡고 그를 무용가 최승희의 제자인 장추화에게 데리고 갔다. 장추화가 말했다. "저 아인 무슨 물건이 될 것 같아." 그 어린 나이에 '노들강변' '꼭두각시' 같은 무용 동작을 한 번 보기만 하면 척척 따라 했다. 삼촌은 아예 생업을 접고 매니저로 나섰고, 배숙자는 여덟 살 때부터 전국을 돌며 춤을 추는 직업 무용가가 됐다. 전통무는 물론 발레, 남방무(인도 무용), 스페인 춤까지 척척 소화해 냈다. 17세 때는 일본 순회공연까지 나섰다.
한때 '배숙자'의 삶이 못 견디게 지겨워진 적도 있었다. 너무나 많은 공연 스케줄 때문에 학업을 중도 포기해야 했기 때문이다. 22세 나이로 고교 2학년에 재입학할 무렵, 그녀는 이름을 '정혜'로 바꿨다. 하지만 춤 인생 자체를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대학 진학 때 영문과에 가려다 '단어 외우다 보면 춤출 시간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숙명여대 국문과에 간 것이다.
선화예고 무용부장으로 활동하다 '리을무용단'을 창단한 배정혜는 '한국적인 춤사위를 현대적 감각으로 추는 무용가'라는 평을 들었다. 특히 바(bar·지지대)를 잡고 연습하는 발레 방식을 한국 무용에 도입한 '바 기본' 훈련법을 만들어 정착시켰다. 1986년부터 2011년까지 국립국악원 무용단 상임안무자, 서울시립무용단장,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을 맡았다. 25년 동안 3개 무용 단체의 수장(首長)을 돌아가며 지낸 것이다.
그는 후학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한국무용을 하려면 먼저 전통의 핵심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아야 한다. 그걸 모르고 현대적인 요소부터 하려고 한다면 앞뒤가 바뀐 것이다." 무용에만 해당하는 얘기 같지가 않았다.
▷'춤, 70Years 배정혜' 29~30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02)2204-1161 조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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