釜山 * Korea

꽃샘추위 피해 숨었던 봄, 어디 숨었나 했더니 여기서 찾았다.

yellowday 2014. 3. 14. 04:12

입력 : 2014.03.13 04:00

멀리 제주도는 봄에게 점령당했다. 하지만 뭍에서는 봄은 가끔 숨는다. 2014년 봄이 그러하다. 꽃샘추위다, 미세먼지다 뭐다 하면서 봄이 간 곳 없다.
그런데 찾았다. 오도가도 못 하게 봄이 숨어 있는 곳, 바로 충남 아산 땅이다. 봄을 앞당겨 보려는 분들, 전국 어디서든 이렇게 가본다. 봉곡사 송림(松林)→세계꽃식물원→도곡온천→외암공세리성당. 코스 순서는 수도권 승용차 출발 기준이다. 손수운전이라면 더 쉽고, 서울 사람이라면 지하철과 버스만으로도 만끽할 수 있는 봄이다. 아산 시내버스는 배차 간격도 짧아서 외지인들이 구경 다니기 좋다. 버스여행 중심은 온양온천역이다.

봄님께서 어디로 숨었나 했더니 아산 땅에 있었다. 농부들이 만든 세계꽃식물원에 베고니아가 안개처럼 피었다. 봄처녀는 안개에 취해 사라져버리고.

봄이 내려앉은 봉곡사 송림(松林)

봉곡사 송림.(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슬라이드쇼를 볼 수 있습니다.)

신라 때 만들었지만 아는 사람 드문 봉곡사에 봄이 왔다. 근대 선승 만공 스님이 깨달음을 얻은 절이다. 되도록 아침 일찍이면 좋겠다. 인적도 드물었으면 좋겠다. 주차장에서 절까지 오르는 700미터 산길은 온통 봄이다. 언제 생겼는지 알 수 없는 소나무 숲이 초입에서 임도 끝까지 울창하게 서 있다. 일제 강점기 때 송진 채취한다고 껍질 잘라버린 흔적들도 본다. 여러 번 불에 탄지라 절 자체에 화려함은 기대하지 않는다. 고졸(古拙)한 대웅전과 단청 없이 질박하게 서 있는 요사채 일부가 볼거리다.

* 서울 전철:1호선으로 온양온천역까지 간 후 132, 133, 140번 버스를 타면 봉곡사 주차장 도착. 승용차 네비게이션은 ‘봉곡사’ 혹은 ‘봉곡사 주차장’.

아산 세계꽃식물원

한국부터 브라질까지 전세계 꽃들이 계절을 초월해
한꺼번에 피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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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곡사에서 승용차로는 30분이 걸리지 않는다. 주차장에 도착하면 ‘설마 여기에 볼거리가?’할 정도로 겉은 볼품없다. 큼직한 비닐하우스 몇 동이 전부다. 믿고 들어가본다. ‘겉과 속이 다른’ 전형적인 경우요, 이번 나들이의 백미다. 거금 8000원을 내고 비닐하우스로 들어가면 충격적으로 봄을 목격한다.

관람로를 따라 봄 구경하는 데 한 시간 정도 걸린다. 갖가지 화초들이 자기네들 봐달라고 난리다. 한국부터 브라질까지 전세계 꽃들이 계절을 초월해 한꺼번에 피어 있다. 꽃씨, 곡식 씨앗을 취급하는 종묘회사가 만든 곳이라 웬만한 꽃들은 다 피었다고 보면 된다.

관람로 끝에는 꽃비빔밥과 허브차를 파는 카페가 있다. 입장 티켓을 주면 출구에서 작은 화분과 바꿔준다. (041)544-0746, www.asangarden.com

* 봉곡사에서 온양온천역으로 돌아간 뒤 401번 버스로 30분이다. 네비게이션은 ‘세계꽃식물원’.

도고온천

나들이에 몸 보양이 빠질 수 없다. 이번 코스에서는 도고온천으로 간다. 꽃식물원에서 401번 버스를 타면 30분 걸린다. 가족이 함께 간다면 물놀이 시설도 있는 파라다이스 도고가 좋겠다. 주말 1만2000원.

온천거리에는 식당도 많으니 여기쯤에서 점심을 해결해도 좋겠다. 하지만 배를 조금만 움켜쥔다면 다음 코스에서 충청도다운 점심과 봄나들이를 즐겨본다. 파라다이스 도고 (041)537-7100, www.paradisespa.co.kr

외암민속마을과 떡국

주민들이 살고 있는 외암민속마을

개운한 몸으로 430번 버스를 타고 온양온천역에 내린 뒤 100번 버스를 갈아타면 된다. 입장료는 2000원. 주민들이 살고 있는 마을이라 아무 집이나 불쑥 들어갈 수는 없지만 바로 그 사실이 경기도 용인에 있는 한국민속촌과 달리 사람들을 붙잡는다. 마을 안에는 전통주와 각종 민속품을 파는 상점도 있다. www.oeammaul.co.kr

이리저리 구경을 하고 입구에 있는 식당 외암촌(041-543-4150)에서 사골육수 떡국을 먹는다. 웰빙시대에 맞게 조금 싱겁다. 유일한 반찬인 김치가 싱거운 맛을 채워준다. 포기째 잘라서 내는 김치를 찢어서 함께 먹도록 하자. 6000원.

마지막, 공세리성당

공세리성당.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슬라이드쇼를 볼 수 있습니다.)

온양온천역에서 610번 버스를 타면 된다. 천주교가 박해받던 19세기에 공세리성당에서도 많은 신도들이 순교했다. 지금은 보통명사처럼 쓰이는 ‘이명래 고약’도 이곳 신도였던 이명래가 만들었다. 너른 언덕에 서 있는 고딕양식 본당도 근사하고, 주위를 두르며 만들어놓은 산책도로 근사하다. 이미 여러 차례 각종 드라마, 영화 촬영장으로 쓰였다. 천주교 신자가 아니어도 많은 사람들이 주중 주말 할 것 없이 찾아온다. 본당을 에워싼 노거수(老巨樹)들이 봄을 터뜨리면 더 좋겠다. (041)533-8181, www.gongseri.or.kr

* 서울로 돌아오려면 역시 온양온천역으로 간 뒤 전철을 타야 한다.   조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