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01.10 11:33 | 수정 : 2014.01.11 13:51
송강호에게 2013년은 남다른 해다. 첫 할리우드 진출작 <설국열차>가 개봉(관객 수 934만)한 데 이어 첫 사극 <관상>으로 913만 관객을 동원했으니 말이다.
최근의 <변호인> 역시 개봉 전부터 호평 일색이었다는 걸 감안하면 3연타를 기록하는 데 별문제는 없어 보인다. 4~5개월에 한 번꼴로 만나는 그의 얼굴이
지겨울 법도 한데, 매번 무서운 연기력으로 엄지를 치켜들게 만드는 건 역시 송강호라서 가능한 일일까.
소주 한잔 생각나게 만드는 배우
날마다 지각을 면치 못하는 <반칙왕>의 은행원 대호, 허름한 잠바를 걸친 채 논두렁을 걷는 <살인의 추억>의 경찰 두만, 어눌한 뜀박질로
딸의 손을 놓치고 마는 <괴물>의 강두….
1997년 <넘버 3> 시절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송강호가 연기하는 캐릭터에는 어딘지 모를 ‘서민스러움’이 묻어났다.
고급 승용차를 몰고 다니는 상위 1%보다 마을버스에 올라타는 보통의 남자가 그에게는 유독 잘 맞았다.
“소시민적 이미지가 있다는 건 배우로서 굉장히 큰 자산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한 곳에 한정되어 있지 않고 (변화할) 가능성의 통로가 많이 열려 있다는
뜻이니까요. 가끔 판타지 속에서 나올 듯한 분위기를 가진 배우가 부러울 때도 있지만, 가장 기본적인 배경을 지닌 이미지가 있다는 면에서는 만족합니다.”
수많은 서민의 군상을 연기해온 그는 신작 <변호인>에서 변호사 송우석 역을 맡아 열연했다. 변호사라고 해서 젠체하는 엘리트를 떠올리면 오산이다. 고졸 출신으로
검정고시에 합격한 ‘송변’(극중 송우석 변호사를 줄여 ‘송변’이라 부른다)은 수시로 돼지국밥집을 드나드는 인권 변호사로, 또 한 번 서민의 모습을 보여준다.
송강호는 이 작품으로 <밀양>에서 호흡을 맞춘 전도연과 1주 간격을 두고 스크린에서 맞붙는다. 각각 딸과 아들을 둔 부모이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40대 배우라는 점에서 이들의 대결에 눈길이 간다.
“지난 부산영화제 때 전도연 씨와 우연히 만났어요. 서로의 영화 시사회도 가고 훈훈한 분위기로 가자고 했죠. 근데 최근에 전도연 씨가
‘<변호인> 시사회에 못 갈 것 같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더라고요. 마침 저도 <집으로 가는 길> 시사회에 못 가는 일정이라 천만다행이었죠.
훈훈한 약속을 했는데 서로 못 가는 지경이 되었네요.”(웃음)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떠올리는 영화
“본의 아니게 자주 인사드리네요. 올해의 마지막 영화입니다.”
지난 11월 29일. 송강호의 2013년도 세 번째 영화 <변호인> 시사회가 열렸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인권 변호사 시절을 모티프로 한 이 작품은 1980년대의
부산을 배경으로 한다. 영화 초반, 속물 변호사로 등장하는 ‘송변’은 단골 국밥집 아들 ‘진우’가 아무 이유 없이 감금, 고문당한 사실을 알고 인권 변호사로
법정에 선다. 1981년 ‘부림사건’(공안 당국이 사회과학 독서 모임을 하던 학생과 교사, 회사원 등 22명을 영장 없이 체포해 불법 감금하고 고문해 기소한 사건.
당시 노무현, 문재인, 김광일 변호사가 이들의 변론을 맡았다)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에서 송강호는 다섯 차례 법정에 서서 열변을 토한다.
그는 대통령이었던 고인의 이야기를 다루는 만큼 출연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사실 한 번 거절을 했었어요. 과연 한 사람의 인생, 한 단면을 그 사람에게 누를 끼치지 않고 자신 있게 표현할 수 있을지 겁이 좀 났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잊히지 않는 시나리오, 그 이야기가 저를 사로잡았죠.”
그는 한 인터뷰에서 아내가 무심코 내뱉은 말 한마디로 용기를 얻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아내가 쓱 지나가면서 그러더라고요. 지금 막 시작하는 신인 배우도 아니고 성공과 실패,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인데 뭐가 부담되냐고요.
남자들이 말을 안 해서 그렇지, 모든 역사는 집에서 이루어집니다.”(웃음)
영화계 지인들도 그를 응원했다. <공동경비구역 JSA> 당시부터 함께한 박찬욱 감독은 “영화를 보는 내내 너무 울어서 눈이 많이 부었다”며
“<변호인>은 본인이 옳다고 생각한 것을 끝까지 지키기 위해 하나하나 선택을 해가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라고 언급했다. 이어 “지금까지 수많은
영화에서 송강호의 명연기를 봐왔지만, 앞으로 송강호는 <변호인>의 배우로 기억되리라 믿는다”며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괴물>, <설국열차>를 함께한 봉준호 감독 역시 “지난 오랜 세월 우리는 송강호라는 배우를 스크린에서 봐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놀랍고 새로운
송강호의 모습이 아닐까 한다”며 “충격과 감동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촬영장에서 그의 별명은 일명 ‘송랩퍼’였다고. 다섯 번의 법 정신을 소화하며 전문 용어를 속사포처럼 내뱉어야 했던 그는
“연기한 이래 대사 연습은 처음”이라고 털어놓았다.
“부산 사투리의 특징은 말이 좀 빠릅니다. 거기에다 법정 용어이고 대사의 양이 많아 그런 별명이 붙은 것 같아요. 전작들에서는 연습하지 않고
대사를 했는데, 이번에는 4, 5일 전에 먼저 세트장 가서 혼자 연습을 했습니다. 오달수 씨가 상대역이 필요하면 언제든 부르라고 했는데
(오달수 씨의 얼굴을 마주하면) 몰입이 안 될까봐….”(좌중 폭소)
송강호가 꼽는 자신의 ‘구관’
영화로 재상영되었으면 하는 작품을 묻는 질문에 한참 고민하던 송강호는 <반칙왕>을 꼽았다. 2000년 개봉한 <반칙왕>은 평범한
은행원이 레슬링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굳이 하나만 꼽는다면 <반칙왕>이에요. 모두 아끼지만 저의 첫 주연작이기도 하고, 너무 고생하면서 찍어서 정말 인상 깊어요.” 조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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