貴寶物 味飮食

배추가 변신하는 계절...김장, 아삭아삭 건강하게 담가 볼까?

yellowday 2013. 11. 10. 08:35

 

입력 : 2013.11.07 04:00

많이 줄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많은 가정에서 김장은 겨울을 앞두고 당연히 치러야 할 연례행사로 여겨진다. 이에 따라 오는 11월 중순부터 12월 중순 한 달여 동안 한반도는 거대한 김치 공장이 된다. 게다가 김장은 오는 12월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될 예정이다. 한민족뿐 아니라 인류가 지켜야 할 소중한 음식문화로 인정받은 셈이다.

 

 

 

 

 

김치는 수천 년을 이어온 우리 민족의 먹거리로 삶과 지혜가 응축된 과학적 음식이다.

김치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건강 음식이지만 단점이 하나 있다. 바로 높은 소금 함량이다. 김치라는 말 자체가 '채소를 소금물에 담근다'는 뜻의 침채(沈菜)에서 비롯됐으니 어쩔 수 없긴 하지만, 한국인이 다른 나라보다 훨씬 많은 양의 나트륨을 섭취하는 원인을 꼽을 때 김치를 빼놓을 수 없는 게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소금을 적게 넣고 담그는 '저염 김치'가 최근 유행이다. 한국식품연구원 부설 세계김치연구소가 대형 마트 등 시중에서 판매되는 배추김치 소금 함량을 조사해 보니, 소금 함량 평균이 1.87%였다. 그동안 김치의 염도는 2.0~2.5%로 알려졌었다. 김치 업체들이 달라진 소비자 입맛을 반영해 김치를 예전보다 싱겁게 만드는 것이다.

김치의 염도를 낮춘다고 좋기만 한 건 아니다. 김치가 제대로 절여지지 않아 특유의 시원하면서도 아삭아삭한 식감이 나지 않을 수 있다. 무엇보다 배추가 소금에 충분히 절여지지 않으면 겨울을 나지 못하고 상할 수 있다. 어떻게 해야 소금 사용량을 줄여 더 건강하면서도, 김치 본연의 맛과 보존성을 지킬 수 있을까.

저염 김치라도 소금 50% 이하로 줄이진 마세요

 

 

김치는 고춧가루, 액젓, 마늘, 새우젓 등
수십 가지 재료가 어우러진다.

 

'쉬운 김치'라는 김치 요리책을 쓴 음식 연구가 한명숙(43)씨는 "저염 김치의 관건은 소금 선택과 염장법"이라고 말했다. "전통적으로 김장 배추를 절일 때는 물 1L에 굵은 소금 1컵을 넣어 절이죠. 1컵이면 120g쯤 됩니다. 이렇게 만든 절임수의 염도는 15% 정도가 되고, 이 절임수로 만든 김치는 염도가 2~2.5% 정도가 됩니다. 그런데 염도를 절반 이하로 줄이면, 즉 소금을 2분의 1컵 또는 100g 이하로 넣으면 김장 배추가 잘 절여지지 않아요.

또 숙성 과정에서 상하기 쉬워요. 그러니까 일반 김치 담글 때 배추 1통당 물 1L에 소금을 100~120g 넣어줬다면, 저염 김치를 만들 때는 소금을 60~80g 정도 넣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오래 두고 먹을 김장 김치라면 소금량을 일반 김치의 70% 그러니까 70~85g 이하로 하지 않는 편이 안전합니다."

일반적으로 김치를 담글 때 배추는
소금물에 10시간 안팎 절인다.

소금은 당연히 천일염이 이상적이다. 바닷물을 전기분해한 정제염은 염도가 100%에 가까울 뿐 아니라, 공정 과정에서 열처리로 인해 여러 미네랄 성분이 손실된다. 천일염은 믿을 수 있는 국내산으로 수분이 적고 잘 건조돼 결정체가 고르고 불순물이 적어야 좋다.

일반적으로 김치를 담글 때 배추는 소금물에 10시간 안팎 절인다. 한명숙씨는 "저염 김치는 9시간에서 최대 10시간을 넘지 않도록 절여 배추가 너무 많이 절여지지 않도록 하라"고 했다. "대신 소금물이 김장 배추에 고루 스며들도록 2~3시간 간격으로 뒤집어 위에 있던 배추와 아래 있던 배추의 자리를 바꿔주세요." 배추가 잘 절여졌으면 맑은 물에 헹군 다음 채반 따위에 받쳐 2시간 이상, 물을 최대한 뺀다. 배춧잎 하나를 떼어내 반으로 접어본다. "부드럽게 접히면 제대로 절여졌다는 신호지요. 뚝 끓어지만 안 절여진 거예요."

배추는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아야 맛있다. 배추를 가르지 않고 판단하는 방법이 몇 있다. 1통에 3㎏ 내외가 적당하다. 같은 크기라면 당연히 묵직한 배추가 속이 더 꽉 차고 맛있다. 줄기 흰 부분을 눌렀을 때 단단하면 맛있는 배추라고 봐도 된다. 배추를 반으로 잘라볼 수 있다면 흰 부분보다 노란 부분이 많아야 좋다. 속잎을 맛봤을 때 약간 매콤하면 김치 담그기 좋은 배추이다.

저염 김치 밋밋한 맛, 액젓으로 채우세요

 

 

김장날 절인 배추와 김치속을 곁들인
돼지보쌈이 빠질 수 없다.

저염 김치는 아무래도 맛이 싱거울 수밖에 없다. 한명숙씨는 "밋밋한 저염 김치의 맛은 젓갈과 해물육수를 이용해 채우면 된다"고 했다. "젓갈의 풍부한 아미노산은 감칠맛의 원천이죠. 일반적으로 새우젓은 무·알타리 등 뿌리채소로 담그는 김치에 어울리고, 멸치액젓이나 까나리액젓은 갓 같은 푸성귀로 담그는 김치와 어울려요. 여기에 다시마나 북어대가리, 새우, 멸치 등 해산물을 끓여서 만든 해물육수를 넣으면 염도는 낮으면서 깊은맛과 구수함이 살아있는 저염 김치를 만들 수 있습니다. 매실청이나 양파청, 홍시, 배즙 따위를 넣으면 단맛을 살려줄 수 있지요."

한명숙씨는 "예전에는 집집마다 젓갈을 직접 달여서 썼지만, 요새는 시판 액젓이 워낙 좋아서 따로 달일 필요가 없다"고도 했다. "과거 어머니들이 젓갈을 달여 걸러서 썼던 건, 그때는 가게에서 파는 젓갈이 깨끗하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요즘은 조미액젓이 아닌 100% 자연재료로 숙성시킨 액젓 제품이 많이 나와 있어요. 집에서 달여 쓰는 것보다 더 위생적이기도 하고요. 깔끔한 김치 맛을 좋아하면 까나리액젓을, 구수하고 깊은맛을 내고 싶다면 멸치액젓을 이용하면 돼요. 여러 액젓을 섞어 사용하면 더 깊고 풍부한 김치 맛을 낼 수 있어요."

살얼음 살살 끼게 저장하세요

여러 재료를 통해 더 깊고 풍부한 김치 맛을 낼 수 있다.

한씨에게 이 밖에 김장 재료 고르는 법과 맛내기 비법을 들었다. "고춧가루는 빛깔이 밝고 붉고 선명하면 매운맛이 약해요. 매울수록 색이 흐리죠. 두 가지를 섞어 쓰면 김치 빛깔도 곱고 맛도 좋지요. 무를 썰 때는 섬유질 방향대로 썰어야 물기가 생기지 않고 식감이 좋아요. 채칼을 사용하면 편하긴 하지만 물기가 많이 생기니 가능하면 칼로 써세요. 김치 속을 양념으로 많이 채울수록 빨리 익어요. 초반에 먹을 김장 김치는 속을 넉넉히 넣고, 봄 다가올 때 먹을 김장 김치는 속을 적게 채우면 더 오래 맛있게 드실 수 있어요."

저염 김치는 염도가 낮아 쉬 무르거나 시어질 수 있으니, 일반 김치보다 낮은 온도에서 보관해야 한다. "살얼음이 살살 끼는 정도인 섭씨 0~5도 사이로 김치냉장고를 세팅하세요. 김치를 드실 때는 3~4도가 제일 맛있어요."

 

김치 코멘터리

 

 

김치의 탄생

우리 조상들이 채소를 오래 먹기 위해 절임 음식으로 만들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삼국시대부터 초기 형태의 김치를 먹은 것으로 추정되며 고려시대를 거치며 다양한 양념으로 2차 침채(沈菜)를 시키는 독특한 발효과학 식품으로 발전했다. 딤채가 구개음화하여 짐채로, 짐채가 다시 역 구개음화하여 김채로 변한 뒤, 현재의 김치에 이르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김치의 종류는 300여 가지가 넘는다.

김치의 효능

비타민과 무기질, 유산균이 풍부한 김치는 암세포 증식 억제와 비만 예방, 피부 노화방지 효과를 보유했다. 지난 2008년 미국 건강전문지 'Health'에서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 올리브기름, 콩, 요구르트, 렌틸과 함께 김치를 선정했다. 또한, 한국인이 조류인플루엔자(AI)에 강한 것은 김치 때문이라는 속설이 지난 2008년 서울대 연구진에 의해 과학적으로 입증되었다.

한국 김치와 일본 기무치의 비교

한국 김치와 일본 기무치의 비교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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