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10.12 03:12
프랑스 단편소설을 대표하는 모파상은 원래 교육부 하급 관리였다. 그는 공직 생활 틈틈이 단편소설을 습작하더니 1880년 사회의 위선을 고발한 단편
▶러시아 작가 체호프는 1879년 모스크바 의대에 들어간 뒤 창작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학비도 벌고 가족을 먹여 살리려고 7년 동안 필명으로 단편과
'비계덩어리'를 내놨다. 보불(普佛) 전쟁 때 프랑스 매춘부가 동포(同胞)의 탈출을 도우려 적군 장교에게 몸을 허락했지만 나중에 주변에서
손가락질당한 이야기였다. 인기 작가가 된 모파상은 공무원을 그만두곤 10여 년 사이 단편 300여 편을 써냈다.
▶러시아 작가 체호프는 1879년 모스크바 의대에 들어간 뒤 창작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학비도 벌고 가족을 먹여 살리려고 7년 동안 필명으로 단편과
콩트 500편을 내놓았다. 체호프는 1886년부터 본명을 쓰기 시작하더니 모두 800여 편의 단편을 남겼다. 모파상과 체호프는 단편소설의 형식을 완성한
선구자로 꼽힌다. 단편은 삶의 단면을 포착하면서 뜻밖의 반전(反轉)으로 마무리되는 서사 형식이다. 재치와 풍자, 아이러니가 핵심이다.
▶현대 소설에서 장편이 주류를 이루게 되자 단편은 순수문학의 상징이 됐다. 헤밍웨이도 단편 '노인과 바다' 덕분에 노벨상을 탔다. 20세기 문학의 천재 보르헤스는 "30분 넘게 읽어야 하는 소설을 뭐 하러 쓰나"라며 단편집 다섯 권만 냈다. 올해 노벨 문학상을 탄 캐나다 작가 앨리스 먼로 역시 단편소설의 대가로 불려왔다. 장편은 한 권만 냈지만 단편집은 열여섯 권이나 된다. 먼로는 노벨상 수상자로 선정된 뒤 "단편 그 자체가 중요한 예술로 인정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우리 소설에서 단편은 200자 원고지 150장 안팎, 장편은 800장 넘는 분량이다. 2000년대 이후 장편이 부쩍 늘었다. 얄팍한 일본 장편에 대항하려고 젊은 작가들이 400~500장짜리 경(輕)장편을 잇달아 내는 게 유행이다. 그러나 대다수가 '다양한 세계관의 충돌'을 담아야 하는 장편의 완성도에 미치지 못한다. 작가의 긴 넋두리에 그치거나 현실의 겉만 핥는다는 비판이다. 젊은 작가일수록 이야기를 늘리기 전에 압축과 암시의 단편 미학을 더 갈고 닦아야 한다. 청명한 이 가을, 올 노벨 문학상 작품을 읽으며 단편소설의 맛을 한껏 즐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