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8.06 03:04
미국인들은 주부를 가리키는 'housewife' 대신 우아한 새 단어 'homemaker'를 만들었다. 주부는 단순 노동을 넘어 가정을 합리적이고 편안하게 가꾸는
관리자라고 치켜세웠다. '행복한 현모양처'는 대학 나온 여성들에게도 이상적인 여성상(像)이었다.
▶평범한 주부였던 베티 프리던은 1963년 책 '여성의 신비'에서 중산층 가정을 '여성의 안락한 포로수용소'라고 했다. 남성이 지배하는 사회가
여성을 '엄마' '아내' '소비자' 역할에 묶어 가정에 가뒀다고 했다. 1970년대 두 차례 오일 쇼크를 거치며 기업들은 비용을 줄이려고 여성과 주부를 활발하게
고용했다. 이제 미국 맞벌이 가구 중에 아내가 남편보다 많이 버는 집이 28%. 아내가 돈을 벌고 남편은 집에 있는 가구도 23%다.
고토부키타이샤(壽退社), '경사스러운 퇴직'이라는 뜻이다. 결혼하면 사표 내는 것을 그렇게 당연하게 여겼다. 경제의 거품이 꺼지면서 여성 취업이 늘었지만
30대 초반에 출산·양육을 위해 그만두는 여성이 여전히 많다. 여성 고용률은 40대 후반에 다시 치솟아 M자형 그래프를 그린다.
▶미국·독일·프랑스·캐나다 여성 고용 곡선은 40대 중반 정점에 오르는 종(鐘) 모양이다. OECD 국가 중에 일본과 한국만 M 곡선을 나타낸다.
아이를 낳은 뒤 가정을 지키다 생활비·교육비 대느라 40대 후반에 다시 일하러 나온다. 그들을 기다리는 건 힘들고 보수 박한 일자리다.
그제 통계청 집계에서 전업주부가 722만명으로 1999년 통계 작성 후 가장 많았다. 열다섯 살 이상 여성의 33.6%다.
▶전업주부는 경기가 나빠지면 부쩍 늘어난다고 한다. 작년 20대 후반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72%에 이르렀지만 30대 초반은 56%로 뚝 떨어졌다.
집에 들어앉은 여성이 그만큼 많았다는 얘기다. 지난달 어느 대기업이 직장에 복귀하고 싶어 하는 여성 인턴 150명을 뽑는 데 1700명이 몰렸다.
지원자 73%는 "직장을 그만둔 때로 돌아간다면 절대로 그만두지 않겠다"고 했다. 51%는 '자아실현'을 위해 지원했다고 했다.
전업주부가 결혼·출산 후에 일터로 돌아올 여건을 만들지 못하면 우리 경제도 앞날이 어둡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