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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물 가득 은빛 보석, 남해 '미조항 보물섬 멸치축제'

yellowday 2013. 5. 24. 11:53

 

입력 : 2013.05.21 10:42

 

16개 작은 섬들이 그림처럼 펼쳐지는 미항(美港). 그곳에 정박한 10톤급 선박에는 선원들이 일렬횡대로, 그 뒤로는 갈매기 떼가 이열횡대로 무언가를 기다린다.

'스읍~스읍~' 선원들이 특이한 호흡에 맞춰 그물을 당기자 은빛 보석들이 하늘위로 튀어 오른다. 바로 남해의 명물인 '멸치'다.

지금 경남 남해 '미조항'에는 멸치잡이가 한창이다. 이러한 멸치잡이 철을 맞아 남해군은 지난 18일부터 이틀간 '제10회 보물섬 멸치축제'를 개최했다.

연휴도 시작됐고, 이때다 싶어 은빛 보석을 찾아서 미조항으로 떠났다.

멸치털이.

미조항에서 인부들이 멸치 그물을 털고 있다.

아름답기로 유명한 남해 19번 국도의 시작점. 모퉁이를 돌자 비릿한 바다 내음과 함께 항구가 나타났다. '남해안의 베니스'라 불리는 미조항은 조도(鳥島)와

호도(虎島) 등 작은 섬들과 천연기념물 29호인 상록수림이 있는 곳이다. 또 여기는 천혜의 자연환경과 함께 다양한 특산물도 생산해 '보물섬'이라는 별명까지 갖고 있다.

항구에 도착했을 때 은빛 멸치가 가득한 배들이 하나둘 보물섬으로 귀항하고 있었다. 갈매기는 배 주위를 날아다니며 가장 먼저 만선을 확인했다.

고된 노동에 지친 어부들이 담배 한 개비 채 태우기도 전에 멸치들은 바로 옆 직판장으로 옮겨졌고, 직판장은 갓 잡은 멸치를 사고팔려는 목소리로 채워졌다.

멸치로 가득한 어선.

미조항에 도착한 어선에 멸치가 가득 실려있다.

직판장을 지나자 본격적인 멸치축제 행사장이 나타났다. 특히 이번 축제는 미조 명명(命名) 600주년을 맞아 더욱 규모 있게 진행됐다.

주행사장 판매대에서는 미조 멸치를 이용한 멸치젓, 멸치회를 판매했고, 맨손 물고기 잡기, 무료 멸치구이 시식회 등 다양한 행사도 선보였다.

그중에서도 가장 호응이 좋았던 것은 '멸치털이' 시연이었다. 항구에서 멸치잡이 배를 볼 수 있지만, 축제기간 중에는 특별히 직접 배를 타고 나가

멸치털이를 구경할 수 있었다.

멸치 축제 모습.

제10회 보물섬 멸치축제에서는 맨손 물고기 잡기, 멸치털이 시연, 멸치 특산물 판매 등 다양한 즐길 거리가 선보였다.

가까이서 확인한 멸치털이는 멀리서 볼 때와 사뭇 다른 모습이다. 그물을 털 때마다 손바닥만 한 멸치들이 2m 상공으로 치솟아 장관을 연출했다.

작업 중인 인부들의 얼굴은 멸치 비늘과 땀으로 뒤엉켜 햇볕에 반짝였다.

멸치털이를 본 정석호(12. 대구 수성구)군은 "이렇게 많은 멸치는 처음 봤어요."라며 "무척 신기한 경험이었고 학교 가면 친구들한테도 자랑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시연이 끝나고 출출해질 때쯤 미조 멸치를 직접 맛보러 식당으로 향했다. '멸치도 생선이냐'며 조롱하던 노랫말이 있지만, 이곳에서 멸치는 엄연한 물고기 대접을 받는다. 머리 떼고 똥 떼서 고추장이나 푹 찍어 먹는 그런 수준이 아니다. 이 지역 사람들은 회, 찌개, 구이, 튀김 등 코스 요리로 다양하게 멸치를 즐기고 있다.

멸치회무침.

멸치회무침은 신선하고 향긋한 멸치 맛을 즐길 수 있다.

그 중 별미는 단연 '멸치회무침'이다. 성질이 급해 금방 죽는 멸치는 배에서 바로 삶고 건조한 뒤 배송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객지에서는 마른 멸치밖에 볼 수 없지만, 산지에 가면 멸치를 이용한 '회무침'을 즐길 수 있다.

비린내가 날 것 같다는 선입견과 달리 회로 맛본 멸치에서는 비린 향이 나지 않았다. 멸치는 꽁치로 만든 과메기와 비슷한 맛이 나는데 산란기를 맞은

멸치 육질은 더 탱탱하고 기름기가 있어서 씹는 맛과 함께 진한 풍미를 더한다. 여기에 아삭아삭 씹히는 멸치의 잔뼈는 씹을수록 고소한 뒷맛을 느끼게 한다.

초고추장, 미나리와 버무려진 멸치회무침의 향긋함은 입맛 돋우는데도 손색이 없었다.

남해 미조항에서 이틀간 진행된 '제10회 보물섬 멸치축제'는 지난해보다 67% 늘어난 6만5천여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며 명실공히 지역 대표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비록 멸치축제는 끝이 났지만 6월까지는 미조항에서 봄 멸치를 즐길 수 있으니 무더운 여름이 오기 전 꼭 한번 찾아보면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