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5.06 23:29
하늘은 파랗고 바다는 새파랗다. 섬을 덮은 초록 풀밭에 샛노란 원추리꽃이 일렁였다. 보랏빛 산비장이꽃과 붉은 참나리꽃도 점점이 피었다. 가파른 언덕 꼭대기엔 하얀 등대가 서 있다. 모딜리아니 그림 속 여인처럼 목 길게 빼고서 큰 바다 건너온 바람 맞으며 누군가를 기다린다. 그 여름 소매물도 곁 등대섬은 강렬한 원색을 쓱쓱 붓질해댄 유화였다. 1986년 과자 광고에 등장해 흔히 쿠크다스섬이라 부른다.
▶소매물도와 등대섬은 하루 두 번 만난다. 물이 나면 어른 머리만 한 갯돌들이 드러나 둘을 잇는 물목 길 '열목개'를 내준다. 소매물도는 통영 바다 526개 섬 가운데 맨 남쪽에 떠 있다. 통영항에서 직선 거리로 26㎞, 배가 이 섬 저 섬 들르느라 한 시간 반 넘게 걸린다. 거제 서남쪽 포구 저구항에서 떠나면 매물도만 들러 가는 뱃길이 50분 채 안 된다. '매물'이라는 이름은 거친 섬에서도 잘 크는 '메밀'을 갈아 먹었다 해서 붙었다고 한다.
▶소매물도와 등대섬은 하루 두 번 만난다. 물이 나면 어른 머리만 한 갯돌들이 드러나 둘을 잇는 물목 길 '열목개'를 내준다. 소매물도는 통영 바다 526개 섬 가운데 맨 남쪽에 떠 있다. 통영항에서 직선 거리로 26㎞, 배가 이 섬 저 섬 들르느라 한 시간 반 넘게 걸린다. 거제 서남쪽 포구 저구항에서 떠나면 매물도만 들러 가는 뱃길이 50분 채 안 된다. '매물'이라는 이름은 거친 섬에서도 잘 크는 '메밀'을 갈아 먹었다 해서 붙었다고 한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지난 2년 소매물도에 오는 철새를 조사했더니 110종이나 됐다. 우리 땅을 거치는 철새 종(種)의 3분의 1이다. 주로 동남아에서 겨울을 나고 중국·시베리아로 가는 길이라고 한다. 멸종위기종인 사나운 육식 새 벌매는 날개를 펼치면 1.3m다. 진노랑 가슴과 눈썹을 지닌 황금새, 희귀한 왕새매·무당새·노랑머리할미새도 머문다. 육지가 멀지 않아 동박새·직박구리 같은 텃새도 함께 산다.
▶철새들은 몇 날 몇 밤 수천㎞ 바다 위를 날아온다. 호주 도요새는 한 번에 8000㎞를 쉬지 않고 난다. 그 길목에서 오아시스처럼 우리 섬을 만난다. 새들은 사나흘 숨을 고르고 먹이를 잡아 기운을 차린다. 그간 철새 쉼터로 신안 홍도가 꼽히다 소매물도가 가세했다. 두 섬 다 아름다운 절벽을 두르고 울창한 숲을 품었다. 수만 리 길을 가는 나그네 새들도 그 절경에 취해 지친 날개 접고 한숨 돌리는 모양이다. 5월은 철새의 계절이다. 소매물도에 가면 귀한 길손들을 만나는 즐거움이 새로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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