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1.22 23:19
[한글 디자인 전시 이례적 풍년]
최근 한 달 새 10개 넘는 전시회 열려… 단순한 이미지 넘은 오브제 작품 눈길
"인터넷 통해 글꼴에 대한 관심 늘어… 글자를 감정 표현의 수단으로 인식"
연초 한글 타이포그래피(글꼴 디자인) 전시가 풍년이다. 현재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한글 디자인 전시만 해도 3개, 지난 연말을 포함해 최근 한 달 새 열린 전시만도 줄잡아 10개가 넘는다. 사실 타이포그래피 전시는 관람객 입장에선 자칫 '심심하고 밋밋하다'고 느끼기 쉬운 분야. 그래선지 대중의 관심도 다른 디자인이나 미술작품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었다. 이 때문에 디자인계에선 이 같은 '한글 디자인 전시 풍년'을 이례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 캘리그라퍼 강병인의 조각품 ‘꽃’(사진 왼쪽)과 전각가 정고암의 ‘피어나는 꿈’. /서울시립남서울미술관 제공
현재 열리고 있는 한글 디자인 전시는 모든 분야를 망라한 게 특징이다. 27일까지 서울시립남서울미술관에서 열리는 '한글 트랜스(trans·변화): 영감과 소통의 예술' 전은 시립미술관 최초의 한글 디자인 전시. 글자를 단순히 이미지로 표현한 게 아니라 한 점의 오브제(상징적 물체)처럼 만든 작품들이 많다. 디자인·예술 분야의 다양한 전문가 17인이 참여한 것도 이 때문. 유명 캘리그라퍼(손글씨 디자이너) 강병인씨가 디자인한 조각품 '꽃'은 마치 글자 자체가 꽃이 만개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한 작품이다. 설치미술가 강익중씨의 '내가 아는 것들'은 한글의 자·모음을 서로 다른 원색으로 칠해 마치 어린아이 작품 같은 순수한 느낌을 준다. 유명 서체디자이너 안상수씨의 '웃음꽃', 캘리그라퍼 이상현씨의 '해주아리랑' 등은 한 편의 예술작품 같은 한글 디자인이다. (02)2124-8936
- 건축가 안기현의 ‘일제강점기, 배재의 한글교육’(사진 왼쪽)과 사진가 박우진의 ‘한글, 백성의 글이 되다’. /배재학당역사박물관 제공
'옛 문헌 속 한글'도 디자인의 대상이 됐다. 10월 25일까지 서울 배재학당역사박물관에서 열리는 '스물여덟자의 놀이터'는 음반디자이너(김기조), 건축가(조성룡·곽희수·안기현 등), 서체디자이너(안상수 등) 등 다양한 전문가 25개 팀이 옛 문헌 속 한글의 모습을 재해석한 전시다. 자·모음 글꼴을 현대인들의 이미지와 결합시켜 콜라주(여러 가지 물건을 덧붙여 표현한 회화)처럼 완성한 작품, 글자 하나하나에 양감(量感)을 줘 여러 채의 건축물처럼 표현한 작품 등이 특히 눈길을 끈다. (02)319-5578
'젊은건축가상 수상집' 등 최근 일련의 디자인 서적 작업에서 주목받고 있는 서체디자이너 김태헌씨의 전시도 있다. 27일까지 서울 홍대 앞 땡스북스갤러리에서 열리는개인전 '공간가족'이다. "한글 자·모음의 비율과 간격을 수학적으로 계량해 궁극적인 디자인의 규칙과 시스템을 도출해내겠다"는 작가의 열정을 엿볼 수 있다. (02)325-0321
- 캘리그라퍼 이상현의 ‘해주아리랑’(사진 왼쪽)과 디자이너 스티븐 리의 ‘똥 누러 갈 적 마음 다르고 올 적 마음 다르다’. /서울시립남서울미술관·삼원페이퍼갤러리 제공
원유홍 한국타이포그라피학회 회장(상명대 교수)은 "인터넷 문화와 스마트폰 보급으로 젊은 층이 다양한 한글 글꼴에 대해 알게 됐고 관심 또한 폭발적으로 커졌다"며 "글자가 단순한 사실 전달의 매개체가 아니라, 희로애락을 표현하는 감정적 수단임을 일반 대중도 널리 알게 된 것이며, 앞으로 이런 작업은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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