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美術산책

[14] 황후 테오도라

yellowday 2013. 1. 18. 22:59

입력 : 2011.05.31 23:16

이탈리아 라벤나의 성(聖) 비탈레 성당 제단을 둘러싼 세 벽면은 비잔틴 시대의 화려한 모자이크로 장식돼 있다. 중앙 벽에는 천구(天球) 위에 앉은 예수 그리스도가 있고, 그 양편에 각각 동로마제국의 황제 유스티니아누스 대제와 그의 부인인 황후 테오도라〈사진 왼쪽에서 세번째〉가 있다. 이 셋은 모두 왕의 권위를 상징하는 자색(紫色) 옷을 입었다. 자색은 예수와 신의 대리인으로 여겨졌던 황제에게만 허락된 색이었다. 시종들을 거느린 테오도라가 입고 있는 자색 망토는 그녀가 얼마나 대단한 권력을 갖고 있었는가를 증명한다.

테오도라는 영국의 캐서린빈(嬪)을 능가하는 당대의 '신데렐라'였다. 천민 출신인 그녀의 직업은 당시 사회에서 특히나 비천하게 여겨졌던 거리의 무희였다. 그러나 테오도라의 미모와 총명함에 매료된 유스티니아누스는 귀족과 천민 간의 결혼을 엄격히 금지했던 법률을 고치고 그녀와 결혼을 강행한 후 황제로 등극했다.

유스티니아누스 재위 시 최대의 위기는 532년 콘스탄티노플에서 일어난 '니카 반란'이었다. 황제의 당파 탄압에 불만을 품은 이들이 새로운 황제를 앞세워 황궁으로 거세게 밀려들었다. 겁에 질려 권좌를 버리고 도망하려는 황제 앞에서 테오도라는 자색 망토를 펼쳐들고, "이 옷이 내 수의(壽衣)가 되리라"라고 외쳤다. 패배자로 살아남느니, 황후로 죽겠다는 결사항전의 의지를 보인 것이다. 실제로 용병을 통솔하여 반란을 진압한 것은 황제가 아니라 테오도라였다. 짝을 잘 만나 성공한 진짜 '신데렐라'는 테오도라가 아니라 황제였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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