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 인수봉
1
온 장안이 눈 속에 들어
눈빛들 형형한 날
너는 결연한 생각
꼬나 잡은 붓끝이다
만인소 산 같은 글을 마무리한 수결이다
2
갓 떠온 생수보다
더 차가운 새벽빛을
소슬한 이마 위에
명주수건 동여매고
동천을 걷어 제친다, 방짜유기 징을 치며
3
가파르게 막히곤 하던
역사, 그 이성의 안쪽
지축을 누가 흔드나
명치끝 얼얼하다
아침은 점고를 끝낸 듯 산을 슬쩍 내려서고
―신필영(1944~ )
가슴이 늘 벅차다. 암벽 등반에 최고라는 명성다운 위풍당당이다. 언젠가 별 준비 없이 근처에 올랐다가
혼쭐난 적이 있는데, 범접조차 어려운 위엄을 실감했다.
정월 인수봉은 희고 차가워진 이마로 더 높다랗다. 눈 내린 날 아침이면 '명주수건을 동여매고' 언 하늘을 걷어 제치는
'방짜유기 징'소리가 들린다던가. 그렇게 '눈빛 형형한' 겨울날 '꼬나 잡은 붓끝'으로 '산 같은 글을 마무리한 수결'이라,
그야말로 산들의 '만인소(萬人疏)'겠다. 그렇다면 거대한 붓으로 올해는 무엇을 올릴 것인가.
그 소(疏)가 제때 제자리에 과연 닿기는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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