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고야(1746~1828)가 활약했던 이 무렵의 스페인은 무능한 왕과 부패한 정부, 그리고 스페인을 점령한 프랑스와의 전쟁으로 혼란에 빠져 있었다. 인간의 잔인함과 야만성, 공포를 직접 목격했던 고야는 프랑스군이 물러간 후인 1814년에 '5월 3일의 처형'을 그렸다. 1808년 마드리드에서 있었던 시민들의 궐기, 그 이후의 검거와 학살 장면을 그린 이 그림에서 고야는 얼굴이 보이지 않는 폭력 집단과, 용감했지만 공포에 사로잡힌 피해자들을 대조시켰다. 계몽주의 사상의 영향을 받은 고야가 이 그림을 그릴 때만 해도 그는 인간이 나아질 수 있다고 믿었던 것 같다. 이 학살의 장면을 묵묵히 지켜보는 어둠 속에 있는 성당은 희망과 구원을 상징한다.
- ▲ 5월 3일의 처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