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노예시장.
서양미술은 기본적으로 인본주의(人本主義)에 바탕을 둔 이성과 완벽함 그리고 형식을 중요시했다. 그러나 19세기 초반 일부 미술가들은 누가 더 고전에 가까이 접근하는가에 따라 우열을 가르던 평가방법에 반발하였다. 틀에 박힌 형식에서 벗어나 상상력을 발휘하고, 극적이며 새로운 미술을 찬미한 사람들은 바로 낭만주의 미술가들이었다.
낭만주의가 대두되면서 타인종의 모습과 삶이 미술작품에 등장하게 된다. 특히 나폴레옹이 이집트 원정을 갈 때 동행한 학자들이 보고 수집한 자료들이 24권의 책으로 간행되면서 동방, 즉 오리엔트로 부르던 근동(近東)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오리엔탈리즘'의 붐을 일으켰다. 대부분의 화가들은 알제리, 터키, 모로코, 튀니지 등을 방문하고 쓴 여행기나 시, 소설을 읽고 이국적 공간과 삶을 상상해서 그렸지만 들라크루아 같은 화가들은 직접 모로코를 다녀오기도 했다.
오리엔탈리즘 회화에서 인기가 있었던 주제는 동물의 사냥, 학살 장면 그리고 뭇 남성 화가들의 상상을 자극하는 하렘의 모습들이었다. 들라크루아는 '알제리의 여인'에서, 앵그르는 '오달리스크'에서 하렘의 장면을 그렸다. 제롬은 근동 여성을 매매하는 '노예시장' 같은 주제를 잘 그렸다. 고전적이나 우의적인 틀에서 벗어나 남성들의 시선 속에서 매매의 대상이 된 관능적인 여성의 누드는 마치 공공장소에 노출된 에로티시즘의 전시 같아 보인다. 그리고 이런 그림들은 이국 여성에 대한 성적 환상을 부추겼다.
19세기 프랑스 미술의 오리엔탈리즘은 궁극적으로 서구인들의 의식 속에 투사된 동방의 모습이었다. 이들 회화에서 동방은 관능적이고, 나태하며, 야만스럽고 미개한 장소로 표상되었다. 이국적 동방에 대한 환상은 20세기에도 계속되어 무용가 니진스키, 화가 마티스에 의해 탐구되었다. 이러한 서구의 왜곡된 시선에 비판이 제기된 것은 에드워드 사이드의 저서 '오리엔탈리즘'이 출간된 1970년대 후반으로 근동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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